2020.08.24

by 류류류

뭔가 저번 주부터 마음이 불편하다.

아니면 그냥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인가.

딱히 그렇게 급하게 할 것도 없고,

내일 보고도 잡아뒀는데 이런 기분을 왜 지금 느끼고 있는 걸까.


심호흡을 깊게 해 보자.

심장이 뛰고, 신물이 올라오는 기분이다.

아까 유부초밥을 너무 급하게 먹은 것일까.

흠 방금 트림을 하는 걸 보니 소화가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주 금요일은 아빠랑 같이 쉬기로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정했다ㅋㅋㅋ 캬캬.

나만큼이나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마음을 먹으니,

일상이 꽤 재미있어지는 것 같다.


나 정말 캄보디아 가려고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건가.

아니면 심플하게 내일, 그리고 곧 있을 보고 때문에 이러는 건가.

전자였으면 좋겠다.

100%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타로가 맞아서,

9월에 나에게 서류 통과하는 기쁨이 있었으면 좋겠다.


벌써부터 마음이 어느 정도 떠 있는 내 모습에서,

새로운 곳에서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일한 지 1900일이 넘었다.

2000일 되기 전에는 이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못한다면, 또 여기서 이렇게 지내게 되겠지.

지금은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도 이직이 아닌 이상 어려운 상황이니까.


월요일 하루가 이렇게 또 흘러갔다.

이번 주는 금요일을 쉴 거기 때문에 4일만, 오늘을 빼고 나면 3일만 더 일하면 된다.

오늘부터 홈 트레이닝을 5분이나, 진짜 짧게 샤워하기 직전에 해볼까 싶다.

유튜브 보고 금방 따라 하고 차가운 물로 샤워하면 되니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멍하다.

그냥 빨리 5시가 되어 여기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아빠는 어떻게 30년 넘게 이렇게 늘 일을 해왔을까.

난 부지런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근데 굳이 회사에 부지런해야 하나? 싶다.


매일 일상을 만족스럽게 보내고 싶기는 한데,

회사에 나오면서 얻는 수익이 있지만,

회사에 있는 시간으로 내 일상이 숙숙 나를 스쳐 지나가는 것 같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

사는 대로 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결혼을 준비하는 주위의 사람들이 나보다 더 빨리 준비하며 인생을 살아나간다고는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예전엔 내가 늦춰지는 것 같은 그 기분이 싫었었는데,

그냥 그 사람은 그 사람의 타이밍에 맞춰서 그런 이벤트를 통해 결혼생활을 하는 것이고,

나는 아직 내 타이밍이 오지 않았거나, 그런 타이밍이 내 삶에 없거나 해서 이렇게 혼자 있는 것이다.


글로 풀어내니 내 마음이 좀 편안해진다. 왠지 모르게.

시간은 계속해서 이렇게 빨리 흐를 것이고, 더 늦춰지지는 않을 것이다.

점점 더 빨라지겠지.

몸은 점점 더 늙어 갈 것이고,

생식기관과 내장기관 모두 관리하지 않으면 더 빠른 속도로 쳐져 갈 것이다.

지금도 시간이 무척 빨리 흐른다.

결국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은 지금.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것.


아득한 인생의 집합이 지금 이 순간의 찰나가 모인 거라 생각하니 아득하면서,

또 참 덧없이 짧게 느껴진다.

집에 가면 또 편하게 뒹굴 뒹굴 쉴 것이다.

오늘은 방문을 닫고 자야겠다.

아무래도 혼자 자다가 같이 자니 몇 번 깼던 것 같다.


요새 부모님이 참 좋다.

이렇게 계속 좋도록 나는 내 인생에 더 잘 집중하고,

한 인간인 엄마와 아빠의 존재를 포용하며 안고 가자.

엄마 아빠가 나에게 그러는 것처럼.


이게 가족인 것 같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어느 정도 덮어두고 지속적으로 애정을 주며,

그래도 끝까지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그런 관계.

부모님을 위해서가 아닌, 내가 만족스러운 길을 찾아 나가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방향을 그렇게 잡고 그쪽으로 나아가자.

서글프지만 아직 일할 날들은 많으니.

이게 서글픈 걸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일이 일이 되면 계속해서 좋을 수 있을까.

나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내가 교육프로그램 진행을 남들보다 더 쉽게,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더 잘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회사 조직에서 나에게 맞지 않는 것들을 정말 많이 배웠다.

군더더기 없이 나한테 맞지 않는 것을 비워내자.


그럼 나 자체의 존재로 심플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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