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절망

by 슬그머니

“화요일 낮 2시 수급자인 50대 김 모 씨가 도시에서 흉기난동을 부려 현행범으로 그 자리에서 체포되었습니다. 그는 수급자 중 갱생의 의지가 없는 C등급이었으며……. (중략) 수급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지 여론이 들끓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정부는 사회복지에 전반에 걸쳐 재점검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한 뉴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인터넷에는 이내 다시금 수급자 처리문제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다. 내용은 대부분이 부정적이었다.


“잉여 인간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가.”


“수급자들 처리 관련 법안을 강화해야 한다.”


“어디까지 배려해줘야 하는가.”


출근하는 차 안에서 주현은 말없이 댓글을 읽었다. 김하율 씨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저 난동과 도시의 안전 그리고 제도에 대한 얘기들 뿐이었다.

주현은 한숨을 푹 내쉬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어제의 일이 잊히지 않았다. 눈이 마주쳤을 때, 그 순간. 주현은 아무것도 못했다. 과거 민아 때처럼. 그래도 하율 씨는 변하고 있다고 그렇게 믿었는데. 무기력했다.


“회사에 도착했습니다.”

주차를 끝낸 차량에 알림음이 울렸다. 주현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앞에는 기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어제 있었던 일에 관련 행정복지센터인걸 어떻게 알았는지 모여있었다. 주현은 그 사람들을 피해서 뒷문으로 향했다.


“아! 오셨어요 주사님. 어떻게 알았는지 다들 왔네요.”


사무실에 들어서자 아현이 한숨을 푹푹 쉬면서 말했다.


“정보가 생각보다 빠르네요.”


주현도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아현은 고개를 저으며 바깥을 살폈다.


“괜히 기사에 오르내리면 피곤하니까. 숨어 다녀야겠어요.”


“기자들이랑 웬만하면 접촉하지 말고, 인터뷰하고 싶다고 하면 거절해.”


뒤늦게 사무실로 들어온 지우가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지우와 함께 안으로 들어온 팀장님도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건 좀 크니까. 위에서도 관심 가지고 있나 봐. 가능하면 빨리 처리하고 잠잠해지길 기다리자.”

팀장님의 말에 주현과 지우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팀장님.”


“다들. 어수선하겠지만 우리는 하던 거 그래도 하면 되는 거 알지. 오늘도 힘내보자.”


팀장님이 다른 직원들에게도 격려차 말했다. 다른 직원들도 이에 응했다. 주현은 다시 자신의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 전산을 켠 주현은 김하율이라는 이름을 쳤다. 바로 팝업이 떴다.


“김하율은 제거자입니다.”


화면에 선명하게 쓰여있는 그 말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정확히 하루도 지난 시점도 아닌데. 이미 전산상에 김하율은 제거자로 명시되어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는 이 세상에 존재했던 사람이었다. 주현은 아무 말 없이 전산을 닫았다. 떨리는 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우는 그런 주현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녀의 감정 없는 눈동자는 주현을 응시하며 천천히 움직였다. 지우의 고민하는 손끝은 결국 주현에게 닿지 못했다.


**
어느새 서늘해진 공기와 흐린 하늘 때문인지 몸이 찌뿌둥할 만큼 우울한 날씨였다. 평소처럼 출장을 돌 던 주현과 지우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퇴근이 가까워져 가는 시간 5시. 하루 분량을 다 처리한 지우는 말없이 태블릿으로 업무를 마무리했다. 사무실 주차장에 주차를 하자 지우는 안전벨트를 풀었다.


“저…. 주사님.”


운전대를 붙잡은 주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응.”
지우가 주현을 보았다.


“저, 어디 좀 다녀와도 될까요.”


운전대를 주현은 힘주어 잡았다. 주현의 얼굴을 본 지우는 시선을 내렸다.


“같이 가줄까.”
말하지 않아도 어떤지 알 수 있었다.


“.......”


잠시 고민하던 주현은 애써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혼자 다녀올게요.”


“그래. 다녀와. 조심히.”


지우는 싱긋 웃고는 차에서 내렸다. 주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동운전 모드를 끄고 직접 운전하기 시작했다. 사무실을 나가는 차를 지우는 바라보았다.


“아휴.”
**


하율의 집이 있던 빌라 앞에는 폐기물 처리반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큰 차와 집에서 나온 쓰레기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주현은 그 근처에 차를 대고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율의 집 현관문이 열려 있었고, 사람들이 그곳에서 나오는 큰 가구들을 옮겼다. 쓰레기봉투에는 옷가지와 잡동사니들이 담겨있었다.


“어휴. 냄새 봐.”


보호복과 마스크로 무장한 사람들은 불만을 토로하며 일을 하고 있었다. 주현이 다가오자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왔다.


“들어오시면 안 돼요.”


“아. 하늘동행정복지센터에서 나왔습니다. 확인할 게 있어서요.”


주현이 공무원증을 보여주며 말했다.


“아, 그럼 발 조심하세요. 쓰레기들이 꽤 많아서요.”


“네 감사합니다.”


주현의 공무원증을 확인한 직원은 다시 자신의 일을 시작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5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 보였다. 쓰레기들을 담아서 봉투들이 놓여있었다. 주현은 말없이 주변을 살폈다. 한쪽에 놓인 수첩이 눈에 들어왔다. 주현은 수첩을 펼쳤다.

‘살아보자.’


‘나도 할 수 있다. 예전처럼….. 가족들도 만나야지.’


그 삐뚤빼뚤한 하율의 흔적이 주현의 가슴을 세게 내리쳤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눈이 흐려지며 앞이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물이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아…. 아..”


다음장을 넘기자 어제 하율의 기록이 있었다.


‘누군가 믿어준 만큼. 살고 싶다.’


‘고맙다면서요. 살고 싶으셨잖아요.’


목이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숨 쉬던 그가 그렇게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이거는 유리 분리해야겠죠?”


“그렇지 그래야지. 조심해.”


벽에 기대어 있는 가족사진을 직원들이 들어 올리며 대화했다. 유리는 깨져 있었지만, 안에 있는 가족들은 그 누구보다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중 젊었을 적 김하율 씨가 눈에 들어왔다. 건강하고, 다정한 누군가의 가족의 모습이었다. 주현은 말없이 사진을 응시했다.


“가족이었나 봐요. 근데 물품 인도는 다들 거부했다던데.”


“솔직히 나 같아도 그래. 가장역할이나 제대로 했겠어?”


유리 조각을 싸서 마대자루에 담으며 또 다른 직원이 말했다. 다른 직원은 가족사진을 꺼내어 꾸겨서 쓰레기 통에 넣어버렸다. 누군가의 소중했던 기록이 한순간에 쓰레기가 되어버렸다. 주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봉투에 들어간 사진을 바라보았다. 잔뜩 구겨진 사진 속 김하율 씨는 웃고 있었다.


“그것도 폐기해야 해요.”


주현이 들고 있는 수첩을 보고 직원이 말했다. 주현은 평정을 애써 유지하며 수첩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거는 기록물로 저희 쪽에서 확인해야 해서.”

“아 네.”


직원들은 별로 개의치 않고 쓰레기봉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온 주현은 말없이 청소가 마무리되는 빌라를 응시했다. 청소가 끝난 방은 새로운 주인을 맞을 수 있을 만큼 깨끗해졌다. 그전 주인이 누구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하루만이었다. 모든 그의 흔적이 사라지고 만 것이. 공허한 눈으로 주현은 주머니 속에 수첩을 꺼내어 바라보았다.


“이게 맞는 걸까.”


그 순간 태블릿 알림이 울렸다. 주현은 급하게 태블릿을 켰다. 붉은 경고등이 화면에 뜨고는 큰 글자로 위협을 알리고 있었다.


“아동학대 발생. 긴급 출동 필요.”


그리고 바로 주현의 전화가 울렸다. 윤지우였다.


“주사님.”


주현은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주현아, 너 먼저 가 있어.”


“네?”


“당장!”


지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핸드폰을 타고 울려 퍼졌다.


“주아람 씨! 주아람 씨! 당장!”


주현은 얼어붙은 손끝으로 핸드폰을 꼭 쥐었다.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살릴 수 있는 거지. 어떻게 해야.’


“네 주사님 지금 출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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