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하늘임시보호시설에 도착한 주현은 시동을 끄고 건물을 바라보았다. 엔진이 꺼지자 차 안의 세상이 고요해졌다. 남은 건 주현의 숨소리뿐이었다. 어둠이 내린 세상은 온통 까매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가로등도 없는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보호시설은 희미한 불빛을 내고 있었다. 굳은 의지로 출발을 한 주현이었지만, 그곳에 도착해서 건물을 보는 순간 모든 게 멈춘 것만 같았다.
“아이를. 살릴 수 있다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던 말이었다.
“그렇다면 옳은 일이야.”
"근데 왜..... 이러지."
하지만 몸은 쉽게 움직이진 않았다.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안된다는 걸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 들어간다면.”
주현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차가운 바람이 주현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얀 피부에 붉은 홍조가 올라왔다. 숨을 내쉬자 새하얀 김이 나왔다. 주현은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걸음을 옮겼다. 출입문 앞에 서서 주현은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굳게 잠긴 문은 열리지 않았다. 불이 꺼진 건물 안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그때 주현의 주머니 속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주현은 화들짝 놀라 핸드폰을 확인했다.
“윤지우 주사님.”
지우였다. 갑작스러운 지우의 전화에 주현은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주사님?”
주현이 애써 목소리를 감추며 전화를 받았다.
“미안. 시간이 너무 늦었지. 아직도 야근하는 거 아니지?”
지우의 목소리에서 미안함이 묻어 나왔다. 주현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10시 20분. 늦은 시간이긴 했다.
“아. 아니에요 주사님. 무슨 일 있으세요?”
주현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차 있는 쪽으로 다시 걸어왔다.
“아….. 그게.”
뜸을 들이며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질 못했다. 차에 기대어 선 주현은 지우의 말을 기다렸다.
“김하율 씨 말이야.”
주현은 본능적으로 숨을 들이마셨다. 하율이라는 그 이름이 너무나도 아프고 크게 다가왔다. 주현은 속이 턱 막힌 것만 같이 답답했다.
"네. 주사님."
무언가 크고 무거운 것이 가슴을 꾹 누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막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분. 하지만 주현은 티 내지 않으려 애써 덤덤한 척했다.
"말씀하세요."
"..."
지우의 깊은 침묵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서로가 말하고 싶지만 쉽사리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진짜 고민 많이 했거든."
지우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김하율 씨 일하고, 이번 주아람 씨 일까지 해서 연달아 두 번. 많이 놀랐지."
"아...."
주현은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입이 굳어진 것처럼 그대로 서서 멈춰버리고 말았다.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손에 힘을 주었지만, 그 떨림을 멈출 수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였던 거야. 우리는 최선을 다했어. 그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지우는 담담하면서도 처음으로 감정을 담아서 말했다.
"....."
전하기 너머로 주현의 숨소리가 들렸다.
"쉽진 않겠지만. 상부에서도 연락 왔어. 두 번이나 연달아 제거당하는 대상자를 봤으니까, 위로 휴가 나온다고. 내가 내일 출근해서 올려놓을 테니까 이틀정도만 쉬고 와."
"주사님."
주현은 목멘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지우를 불렀다.
"주현아? 너 괜찮아?"
그 짧은 한마디에 주현의 모든 상태가 묻어져 나왔다. 놀란 지우의 목소리가 요동쳤다.
"저. 괜찮아요."
자신과 다른 말을 하면서 울먹이는 그 목소리를 지우는 외면 할 수 없었다.
"너 지금 어디야."
"아...."
주현은 놀라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차가운 어둠 속 굳건하게 선 건물 앞 주현은 덩그러니 그곳에 서있었다. 칼바람이 자신을 스쳐도 아무런 아픔도 느껴지지 않는 눈치였다. 붉어진 주현이 볼이 그걸 증명했다.
"일단 집에 가서 쉬어. 지금 밖인 거 같은데. 내일 생각하자 지금으로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지우의 말에 정신이 돌아온 주현은 다시 차에 올라탔다. 히터의 온기가 주현을 따스하게 감쌌다. 주현은 그제야 얼어붙은 온몸에 감각이 돌아오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손 끝은 차가웠다.
"주사님. 시현이는요."
"주현아."
지우가 이름을 부르자 주현의 몸은 굳어버렸다.
"그만. 이제 집으로 가자."
"거기까지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주현은 그 순간 힘이 빠져버렸다. 시선을 내리깔며 그대로 멈춰버렸다. 하지만 이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어느샌가 체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맞다는 걸.
"네. 주사님."
**
"아동학대로 인한 가해자가 즉결 처벌되었습니다."
사무실을 들어서자 티브이에서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가운 뉴스멘트에 사무실 공기가 베였다. 주현은 굳은 얼굴로 티브이를 응시하다가 다시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음 멘트들이 귀를 스칠 뿐 머릿속에 들어오진 않았다.
"주아람 씨는 결국 그렇게 될 줄 알았어요."
"그 정도 기회를 줬으면. 사실."
직원들도 어제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있었다. 주현이 들어서자 아현이 다가와 말했다.
"주사님. 오늘 쉬는 거 아니셨어요?"
"아. 아니에요. 출근해야죠."
걱정스러운 눈망울에 주현은 애써 웃어보았다.
"주현아. 휴..."
그러다 지우와 눈이 마주쳤다. 지우는 주현에게로 걸어왔다. 사람 몰골이 아닌 주현의 모습에 지우는 아무 말 없이 주현에게 탕비실 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주현은 그런 지우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너. 어제 어디 갔었어."
안으로 들어온 지우가 문을 닫고 물었다.
"아...."
"보호시설 갔었지."
지우의 눈을 피하며 주현은 고개를 떨궜다.
"휴... 주현아."
주현의 표정만으로 지우는 그 답을 얻은 듯했다.
"주사님. 저는 이렇게 죽게 놔둘 수는 없어요. 김하율 씨도, 주아람 씨도. 모두 손도 못쓰고 제거되었잖아요. 그 사람들도 모두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아이 주시현도. 그렇게 될 것 같아서. 그래서 갔어요."
주현의 말에 지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현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주현아. 고개 들어봐."
주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공허한 눈망울로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지우를 바라보았다.
"주현아 잊지 마."
"네?"
지우의 굳건한 말투에 주현은 굳어버렸다.
"그 사람들은. 본인이 직접 선택한 거야. 우리는 계속해서 기회를 줬어."
주현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충격을 받은 것처럼 머리를 내려치는 것 같았다.
"김하율 씨도. 주아람 씨도. 우리는 계속해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줬고, 기다려주기도 했어. 공짜로 교육도 시켜줬고, 앞으로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도움도 줬어. 하지만. 그 사람들이 그 기회를 걷어찬 거야."
모두 사실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지우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그걸 알기에 주현은 말을 더 이어갈 수 없었다.
"죽음은 안타깝지만. 결과는 모두 그 사람들의 선택이었던 거야. 원하면 피할 수 있었던."
그 말이 주현에게 날아와 깊이 박혔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계속해서 교육을 권유했고, 취업 기회를 줬지만 그걸 거절한 건. 그들이었다. 심지어 그 끝이 죽음임을 숨긴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 우리는 그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들이지. 그들에게 뭐든지 해주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거뿐. 거기까지인 거니까. "
주현은 가슴속에 그 말이 깊숙이 박혀버렸다. 지우가 나간 후에도 그 말이 아프게 아려왔다.
"자립.... 선택.... 기회.."
주현은 그 단어들을 입안에서 굴려보다가,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창밖으로 햇빛이 들어왔지만 그 자리는 여전히 어두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