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놔! 놓으라고!"
주아람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 얼굴이 빨갛게 변한 주아람에게서 술냄새가 났다.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수갑을 채웠다. 바닥에 눌린 주아람의 눈빛에서 광기가 느껴졌다.
"주아람 씨 당신을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합니다."
뒤늦게 주현이 주아람의 집으로 들어왔다. 지우는 아이를 다독거리며 다른 방에 있었고, 집은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술병과 음식들이 너저분하게 널브러져 있었고, 옷가지가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쓰레기도 정신없이 흐트러져 있었다.
주현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상태로 얼어붙어 서있었다.
"주현아."
그대로 돌이 되어버린 주현을 발견한 지우가 주현을 불렀다. 지우의 목소리에 그제야 주현은 정신을 차렸다. 지우는 눈으로 안쪽으로 들어오라는 시늉을 했다. 지우는 현관 옆에 있는 작은 방에서 아이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주현은 지우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주사님. 이게..."
"쉿. 일단은 시현이부터."
상태를 대략적으로 파악한 지우는 아이를 주현에게 넘기며 말했다. 아이는 계속 울기만 하다 그제야 그친 것 같았다.
"일단 나중에 얘기하자."
주현은 아이를 다독이며 상태를 살폈다. 아이는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이 붉어져있었고, 목이 쉰 것 같았다. 쉰 목소리로 아이는 그 상황에서도 자신을 학대한 엄마를 찾고 있었다.
"엄마는요?"
"괜찮을 거야. 일단 가자."
주현은 따뜻하게 웃으며 아이를 쓰다듬었다. 아이와 눈을 맞추며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다정하게 말했다. 아이는 콧물을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현이 손을 내밀자 아이는 손을 잡았다. 그때 주아람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렸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어!"
"내가 우리 시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너희들이 뭘 알고 아동학대라고 하는데, 밥도 제때 주고 따뜻하게 집안에서 재우고 뭘 잘못했냐고!"
주현은 급하게 아이의 귀와 눈을 막았다. 주아람은 거칠게 저항하면서 끌려갔다. 괴물처럼 울부짖던 그는 아이를 보자 무언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공허한 눈동자에 죄책감이 순간 차올랐다.
"주아람 씨. C등급으로 당신은 제거 대상입니다."
지우의 냉랭하고도 감정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주현은 필사적으로 아이가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막았지만, 아이는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2 NNN 년 X월 X일 주아람 당신은 18시 20분 부로 제거 대상임을 알려드립니다."
지우의 말이 끝나자 바로 주아람은 밖으로 끌려나갔다. 소란스러웠던 방안에 정적만이 남아있었다. 아이의 뒤통수에서 슬픔이 묻어져 흘러나왔다.
"엄마..... 어디 가는 거예요?"
"시현아. 그게 말이야."
"엄마 데리고 어디 가요! 엄마! 엄마!"
시현이가 울부짖었다. 주현은 어쩔 줄도 모른 채로 아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달래 보려고 했지만, 주현은 할 수 없었다. 아이의 심정이 어떤지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주현은 멈춰버리고 말았다.
"주시현."
그때. 어느새 방 안으로 들어온 지우가 시현을 불렀다. 놀란 시현은 동그란 눈으로 지우를 바라보았다. 지우의 눈에서 냉랭한 공기가 느껴졌다.
"주사님. 이 애는."
"곧 있으면 아동보호팀이 올 거야. 그때 인계해 주면 돼."
"아....."
평소보다 냉정한 지우의 모습에 주현은 그녀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주현이 눈치채지 못하게 지우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
**
아동 보호팀이 주시현을 차에 태워서 데리고 갔다. 차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주현에게 지우가 말했다.
"가자. 얼떨결에 야근했네."
"주사님.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지우가 앞장서서 차 쪽으로 걸어가자 주현이 차 잠금을 풀며 물었다.
"그건."
지우가 차를 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운전석에 앉은 주현은 안전벨트를 매며 시동을 걸었다. 차는 부드럽게 자율주행으로 행정복지센터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지우는 말을 아꼈다.
"고등학생은 곧 성인이라서 바로 취업연계 처리 될 거고, 동생은 아마 제거...."
주현은 놀라 지우를 보았다. 덤덤하면서도 감정 없는 말의 끝에 입술이 떨렸다.
"제거라면. 하지만 너무 어린걸요."
"보통은....."
"그래도 아이인걸요."
주현의 말에 지우는 시선을 떨궜다.
"말도 안 돼. 저 조그만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믿을 수 없었다. 그저 부모가 수급자였다고, 더군다나 학대를 받은 아이를 아무것도 잘못한 적이 없는 아이를 제거한다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보호소 이송대기상태면 보통 끝은 제거야."
"네?"
"보호소가 꽉 차 있거든. 더 이상 보호소를 만들 이유도 없고. 수용인원이 초과되면 보통 대기상태로 있다가 일주일 내로 자리가 없으면 제거 돼. 결국."
공허한 눈으로 가로등 불빛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빈자리가 나오지 않을까요."
주현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있었다. 지우는 매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보호소에 자리가 나오는 경우는 그 아이들이 죽었거나 독립하거나 인데. 그 기간이 아니니까. 헛된 희망 품지 마. 더 이상 이입하지 않은 게 좋아. 그만..... 잊어."
지우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작은 아이가 잘못한 게 없는 그 아이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다. 어느새 사무실에 도착한 차량은 관차 주차 자리에 자연스럽게 주차를 끝냈다. 지우와 주현은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렸다.
"그만. 생각해 너무 고민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
지우가 사무실로 앞장서며 걸어가며 말했다. 주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아이를 살릴 수 있을까. 그 생각뿐이었다. 하율이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누군가를 잃을 수 없었다. 심지어 이제 고작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아무런 죄도 없는 아이.
지우가 퇴근하는 순간에도 주현은 오로지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주현아 그만 생각해. 알았지. 내일 보자."
불 꺼진 사무실에 누런 모니터의 불빛만이 빛을 내었다. 화면에는 주시현의 상태가 떠있었다.
"보호소 이송 대기 상태."
"보호소 대기."
주현은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었다. 이러다가 아이가 죽을 텐데. 급하게 보호소 대기 상태에 있을 때 보호 되는 시설을 찾았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충혈된 눈이 급하게 움직였다. 여러 창들이 왔다 갔다 하며, 빠르게 정보들이 흘러갔다. 여러 정보들 사이에서 주현은 멈췄다.
"하늘 임시보호시설."
일주일 동안 임시보호시설에서 지내다가 자리가 나면 이동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폐기되고 만다. 주현은 하늘 임시보호시설의 위치를 급하게 검색했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조금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
"차 안 막히니까."
8시 40분. 사무실 안에 전자시계가 붉은빛을 내고 있었다.
"지금 가면 갈 수 있겠지."
일어나려던 주현은 순간 멈칫했다. 지금 간다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지우의 말이 떠올랐다. 그만 생각하라는 말. 하지만 지금이라도 무언가를 한다면 무고한 아이가 살 수 있지 않을까. 계속해서 여러 생각들이 주현의 머릿속을 휘감았다. 결국에는 주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 꺼진 사무실에 주현의 발자국 소리만 울렸다. 차키가 손에서 흔들렸다. 그는 이미 답을 정해둔 얼굴이었다. 핸드폰에는 하늘 임시보호시설을 검색한 흔적이 선명했다. 주현은 그렇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살릴 수 있다면. 살리는 게 맞으니까. 생명은 소중한 거니까.'
굳은 주현의 표정에서 그의 의지가 선명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