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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Oct 28. 2022

비로소 제주도에 온 이유

고요한 숲 한가운데에서 깊은숨을 내쉰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 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 하정우, 걷는 사람 하정우 - 

 



처음에는 엄마의 잔소리 회피 지역으로 제주도를 선택했었다. 쉴 때 제주도에서 몇 달 살다 온 친구도 있어서 익숙함이 컸다. 부모님과 놀러 왔던 친구 모두가 서울로 돌아가고, 비로소 혼자인 시간부터는 한결 같이 오후에 산책을 나갔다. 서울에서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걷는다는 건 항상 결심에서 멈추기 일쑤였다. 타고난 게으름도 한몫했고, 약속이 야근이 내 발길을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광화문에서 일할 때는 우연히 시간이라도 나면 청계천을 따라 동대문까지 걷다가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갔었다. 그런데 내 특유의 이상한(?!) 성격상 걸으면서도 끝내지 못한 회사일부터, 집의 상태나 연애사까지 모든 생각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내 머릿속은 한걸음마다 더 채워지는 듯했다. 나는 분명 비우려고 걷는 걸 선택했는데 말이다. 

  

이제 회사일도 없고, 가족과도 잠시 떨어져 있고, 연애할 그분도 없으니 제주도에서 걷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처음에는 공천포 주변을 알아나갔고, 그다음에는 그 옆에 위미와 쇠소깍까지도 걸어서 다녀왔다. 모두 올레 5코스 길이어서 걷기 좋은 길이다. 또 빵을 워낙 좋아해서 목표를 베이커리 카페로 찾아 선정하고 다녀오면 하루 산책 목표에 고소한 빵은 보너스를 얻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동네 탐방은 자연스럽게 숲길 탐방으로 이어졌다. 


제주도에 많은 곳 중에 하나가 숲길과 오름이 아니던가. 20대에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고 당시 첫 휴가를 제주도로 왔었다. 그것이 내 첫 제주도이기도 했다. 당시 좋은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을 만나서 이른 아침에 용눈이 오름을 함께 오른 적이 있었다. 그때 느꼈던 순간의 바람과 햇살의 따스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추억이 다시 살아나서인지 그렇게 나는 숲길과 오름을 찾아서 걷기 시작했다. 


처음 찾아간 곳은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사려니숲길이 었다. 주말에는 늘 사람이 많기 때문에 나는 항상 평일에 방문했다. 다녔던 곳 중 애정 하는 숲길을 물어본다면 사려니숲길을 말하고 싶다. 대부분 처음부터 끝까지 평탄하게 닦인 넓은 길이어서 나와 같은 저질 체력도 숲을 한 껏 즐기며 걸을 수 있다. 입구부터 반기는 삼나무 숲은 경이로웠다. 햇살이 비치는 날은 찾아온 사람들을 따스하게 맞이해 주었다. 비가 내리는 날은 그동안 품었던 향기를 온몸으로 내뿜으며 상쾌함을 주었다. 덕분에 비 내리는 산책이 힘들거나 싫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감정을 숲에 씻어내고 가볍게 돌아갈 때도 많았으니까. 입구 초반부터 미로 숲길까지는 사람들이 많으나 그다음을 넘어가는 길부터는 한적해진다. 이때부터는 깊은숨을 들이쉬며 새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흙을 밟는 발자국 소리에 집중하며 걷는다.


숲길과 오름을 걷고 온 날은 머리도, 마음도, 몸도 조금 더 맑은 느낌이었다. 특유의 이상한 성격이기에 숲길을 걸으면서도 온갖 잡생각을 안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들려오는 새 울음소리에,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간혹 마주치는 노루와 다람쥐에 생각을 이내 멈췄다. 그리고 그 감각을 온몸으로 느끼고 마음에 채우려고 노력했다. 이런 노력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스며들어 작은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 걷기로 스스로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배우 하정우의 <걷는사람, 하정우>에서도 걷기가 주는 에너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걷기가 주는 선물은 길 끝에서 갑자기 주어지는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내 몸과 마음에 문신처럼 새겨지는 것들은 결국 서울에서 해남까지 걸어가는 길 위에 흩어져 있었다. 길 위에서 만난 별것 아닌 순간과 기억들이 우리를 만든다." 


새들의 지저귀는 인사, 햇살이 풀잎을 스쳐 비추는 모습, 시원한 바람에 맺힌 땀이 서늘할 때 등등 이런 순간. 자연에서 얻은 에너지가 일상의 활력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렇게 숲길은, 그리고 걷는 행위는 비로소 내가 제주에 온 이유가 되었다. 


곶자왈도립공원의 숲길은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여 나무뿌리가 훤히 보이는 길이 많았다. 걷기 불편할 수도 있는데, 나무뿌리를 발판 삼아 길잡이 삼아 걷다 보면 어느덧 자연이 모든 것을 내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속내를 잘 보이지 않는 이가 어느 날엔 본인의 깊은 곳까지 드러내며 온 힘을 다해 나를 품어주려는 느낌. 이렇듯 숲길 곳곳에 숨 쉬는 자연의 생명력 속에서 나는 한 없이 작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걷고 걸으며 알게 되었다. 숲길을 걷는 순간부터 피어나는 나의 그 온갖 잡생각들도 덩달아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걸. 그 이후부터는 내가 밟은 흙속에, 잠시 쉬었던 나무 그늘 아래, 따스하게 비추는 햇살의 시선에 필요 없는 잡념들은 두고 왔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게. 지금의 감정들을, 고민들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있게 말이다. 


숲길과 오름에 도착하여 한발 내딛을 때는 종종 무서웠다. 입구에만 사람이 많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이 없을 때는 그 적막함의 무게에 겁을 먹었다. 한 번은 가보려던 다랑쉬 오름이 일시 폐쇄되어 그 근처의 가까운 오름을 찾다가 우연히 돝오름을 찾아갔다. 비교적 완만하다는 후기에 무턱대고 갔다. 좁은 길 주차장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는데, 도착하니 차가 딱 1대 있었다. 그리고 오르려고 첫발을 내딛을 때 차량의 주인들이 내려오셨다. 주차장만 보고 생각한다면 이제 돝오름에는 나 혼자인셈이다. 순간 이걸 올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무서움과 호기심이 공존했다. 그리고는 첫발을 내디뎠다. 중간에도 몇 번을 다시 내려갈까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오름 정상이었다. 오름은 작았고 날이 흐려 아쉬웠지만 정상에서 보니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손자오름, 높은오름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오름에서 그 오름을 둘러싼 다른 오름의 경관을 보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내가 처음부터, 그리고 중간에 포기했다면 볼 수 없는 풍경이고 느낄 수 없는 바람이었다.   


또 한 번은 삼다수숲길을 갔었다. 삼다수숲길은 주차장부터 입구까지 꽤 거리가 멀었다. 여기부터 고비였는데 온 김에 한 번 가보자 해서 20분 정도 걸으니 입구가 나왔다. 총 3코스까지 있는데, 약 30분 정도의 1코스만 가볍게 걸으려 했다. 그런데 1코스가 생각보다 짧아서 2코스까지 걷기로 했다. 후기에서 봤었는데 2코스부터 이정표가 생각보다 어렵게 되어있고 잘 안 보여서 주의하라는 글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길치인 나는 여기가 2코스 어디인지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다시 1코스로 돌아갈까 고민했다. 그리고 분명 입구에서는 사람이 많았는데 어느덧 숲 한가운데 나 홀로 있었다. 순간 길을 잃은 건 아닌지 무서웠다. 이내 어쨌든 나가야 하니 앞에 놓여있는 길을 따라 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시간은 더 걸릴 것 같고 이정표를 놓치면 안 되니 더욱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걸었다. 그 순간 이정표와 함께 나무 밑에 놓인 팻말들이 보였다. 제주도 방언이 적힌 팻말이었다. 


"이녁 모음 알암시난" 


검색을 해보니 "당신 마음 알아요"였다. 그때부터였을 거다. 마음이 확 놓아지면서 나는 그제야 삼다수숲길을 음미하며 걸었다. 무섭다고 멈추거나 돌아섰으면 숲이 보듬어준 그 말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항상 처음은 무섭고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마지막에 늘 좋았다였다. 숲길 마지막 끝에 다다르면 어느덧 안도감과 뿌듯함, 풍요로움으로 가득 찼다. 나란 사람은 도전이 두렵고 많은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데 기여코 꾸역꾸역 해내고 또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이처럼 숲길을 걷는 동안 나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으며, 자연의 일부인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고 있었다. 아, 이것이 내가 제주에 온 이유였다.






<제주를 보다> 나를 찾아가기에 좋은 숲길 



01. 사려니숲길


사려니숲길 입구는 여러 곳이 있는데 주차 등 편하게 가기 위해서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 158-4'를 검색하고 가는 것이 좋다. 양 옆으로 길게 나 있는 곳에 주차를 하면 수월하다. 그리고 글에서 말한 평탄한 길과 쉼터가 많은 숲길부터 시작하니 처음에 도전하기 좋은 곳이다.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맞이하는 삼나무 길은 다시 생각나게 만든다. 곳곳에 나무 의자와 베드가 있어서 숲 내음을 한 껏 즐기기 좋은 곳이다. 


위 주소로 시작하여 이정표를 보고 걷다 보면 물찻오름, 붉은오름, 사려니 오름으로 이어져 있다. 중간에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주차장에서 내리면 화장실을 들렀다 가야 한다. 나는 늘 걷다가 화장실을 가고 싶어 중간에 월든삼거리에서 늘 돌아왔다. 월든삼거리까지라도 대략 천천히 걷다 오면 1시간 30분~2시간 정도의 코스였다. 그리고 마무리는 주차장 앞 푸드트럭에서 파는 핫도그 한 입. 열심히 걸은 만큼 핫도그 맛은 꿀맛이었다. 어쩌면 이 핫도그 먹을 빌미를 찾고자 사려니숲길을 찾았을지도. 평탄하면서 울창한 삼나무 숲길과 이어지는 오름까지 경험해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02. 비자림 


제주도하면 비자림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제주도에 처음 생긴 삼림욕장으로 단일 수종의 세계 최대 규모의 숲을 자랑한다. 비자림은 역시나 내가 가본 숲길 중 오르내림이 거의 없어 가장 걷기 좋은 숲길이었다. 돌멩이길과 연리목, 새천년 비자나무까지 걸어서 다 보고 오면 대략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비자림은 평일이어도 가족, 연인, 친구 단위의 방문객이 많았다. 나도 엄마가 왔을 때도 함께 비자림을 걸었다. 무릎이 안 좋은 엄마도 이런 흙길은 오래 걸을 수 있다며 즐거워하셨다. 제주도의 편하고 쉬운 숲길을 접하고 싶다면 비자림을 추천한다. 



03. 곶자왈도립공원


곶자왈도립공원은 제주도 패키지여행에도 많이 포함된 코스이다. 부모님 두 분도 패키지로 여행했을 때 곶자왈은 다녀왔다고 했다. 비가 올 때도 갈 수 있는 곳이니 코스에 안성맞춤이기는 하다. 안내소 지도를 보면 총 5곳의 코스가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2코스(안내소-테우리길-한수리길-빌레길-전망대-테우리길-안내소), 약 1시간 20~30분 거리를 걸었다. 두 번 갈 때마다 모두 2코스만 걸었는데, 이 정도의 산책 시간이 나에게 딱 좋았다. 


초입 테우리길은 데크길이어서 걷기 쉬웠다. 임신한 친구가 왔을 때 중간에 소화를 시킬 겸 테우리길만 천천히 30분 걷다 온 적도 있다. 중반 이후 한수리길과 빌레길은 나무뿌리가 여기저기 드러나 있는 자연 그대로의 길이어서 걷다 보면 숨이 찰 수 있다. 그래서 테우리길 이후부터는 슬리퍼나 구두를 신은 사람은 주의하라는 안내판이 고지되어 있다. 내가 느낀 곶자왈은 아바타 배경 숲길이 떠올랐다. 걸으면 걸을수록 신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을 드러낸 자연 그대로가 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된다. 평평한 숲길부터 돌길, 나무뿌리길 등 가파르지만 자연의 길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04. 돝오름 


우연히 찾은 돝오름. 인근에 있는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이 유명하지 않지만 그 특색을 아는 사람만 찾는다고 한다. 오름의 모양이 돼지와 유사하여 제주어인 돝을 붙여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올라가는 길은 비자림 숲과 소나무 숲이 있다. 탐방로도 어느 정도 정비가 되어있기는 하지만 군데군데 아직 부족한 곳도 있었다. 그리고 오름 자체는 작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중반 이후를 가파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돝오름의 매력은 인근 유명 오름들의 모습을 힘들게 오르지 않고 훔쳐보는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을 포함해 총 4개의 오름에 둘러싸여 있다. 아직 오름계의 아기 오름답게 주변이 돌보아주고 있는 느낌이랄까. 오름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만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큰 오름의 경관을 보며 잠시 의자에서 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기존 오름의 풍경과는 다른 오름에 둘러싸인 이색적인 자연을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단, 주변이 한적하고 인적이 드물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고려하고 찾아가야 한다. 



05. 서귀포 치유의 숲


치유의 숲은 명칭 그대로이다. 나를 치유해준 숲이다. 치유의 숲을 방문하려면 사이트에서 미리 예약해야 한다. 당일 예약도 가능하고 잔여석도 넉넉한 편이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탐방해설사와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매일 있어서 참여해봐도 좋을 것 같다. 입구부터 오르막 길이다 보니 구두, 슬리퍼, 샌들 등을 신으면 입장할 수가 없다.  


여러 숲길과 코스가 많아서 다양하게 시도해도 좋은 곳이다. 이곳이 내게 치유의 숲이었던 이유는 바로 첫 코스인 가멍숲길부터 오르다 보면 군데군데 쉼팡이라고 누워서 휴식하도록 놓여있는 벤치 때문이다. 정말 이곳에 누워서 쭉 뻗은 나무와 그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온몸으로 느낄 수가 있다. 거기에 새소리와 중간중간 들려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깊은 숨을 여러 번 들이쉬며 자연 한가운데에 어우러져본다. 


이곳도 시오름까지 갈 수 있도록 이어지는데 나는 시오름 직전의 힐링센터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쉼팡에서 쉬는 시간까지 합해서 총 3시간 가까이를 치유의 숲에서 보냈다. 그 정도로 편히 쉴 곳도 걸을 곳도 많은 숲이었다. 마지막에 내려오는 길에 받은 편백 자루도 힐링 그 자체였다. 한 곳에서 숲도, 오름도, 쉼도 다양하게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06. 삼다수숲길  


삼다수숲길은 사려니숲길 부근에 위치한다. 네이버 지도에 나오는 삼다수숲길 주차장은 공식 주차장으로 화장실이랑 전기차 충전소도 있다. 다만 삼다수숲길 입구까지 약 20분을 걸어 들어가야 한다. 나는 그렇게 20여분을 걸어서 입구에 다다랐다. 한참을 걸어도 입구가 안 보이다 보니 앞서 가시는 분들도 삼다수숲길 가는 길 맞냐고 되묻고는 하셨다. 한 가지 팁은 삼다수숲길 입구 근방에 작게 임시 주차장이 있다. 약 10대 미만으로 가능할 것 같은데, 평일에 간다면 충분히 주차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공식 주차장 옆에 작게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쭉 올라가면 된다. 


삼다수숲길은 총 3코스가 있는데 1코스(완전 맛보기 코스)는 거의 20분도 안돼서 끝나다 보니 2코스까지 한 바퀴 걷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이정표가 쭉쭉 뻗은 삼나무 틈새로 드문드문 있으니 잘 살펴야 한다. 2코스에 가면 중간중간 제주도 방언이 쓰인 나무 팻말을 볼 수가 있는데 그걸 찾고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숲길을 재미있게 산책을 하고 싶은 이에게 추천한다. 


07. 송악산 둘레길


내가 사려니숲길 다음으로 애정 하는 숲길은 송악산 둘레길이다. 바다와 숲길을 동시에 즐길 수 있고 그러다 보니 낮에 가도 좋고 노을이 질 무렵에 가도 좋다. 송악산 둘레길을 한 번 걷고는 시간이 될 때마다 자주 갔다. 집에서 차로 1시간 20분 정도의 거리라 매일 가지는 못했지만 서쪽을 갈 일이 있다면 꼭 들리게 되는 곳이었다. 


둘레길이라는 명칭답게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한 바퀴 전체를 산책하면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입구에서 걸아가다 뒤를 돌면 드넓은 바다와 그 사이 산방산이 보인다. 그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이내 걷다 보면 왼쪽은 바다이고 오른쪽은 숲길이다. 어찌 애정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중간에 전망대 3곳이 있는데, 첫 번째 전망대에 오르면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서 시원한 바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전망대까지는 아름다운 윤슬이 짝꿍이 되어 옆에서 함께 걸어준다. 그 옆에는 평화롭게 풀을 뜯는 말을 볼 수 있다. 바다 풍경과 숲길의 고요함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08. 이승이오름


이승이오름은 내가 머물고 있는 펜션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신 곳이었다. 숲길을 걷고 있다 하니 추천받은 사람들 모두 극찬을 한 곳이라며, 오름 정상까지 안 가도 산책로 한 바퀴만 돌아도 좋을 거라 하셨다. 이승이오름 둘레길만 걸어도 한라산 둘레길 일부를 체험하는 것과 같다고. 입구에서 이정표를 따라 걷다 보면 길게 뻗은 삼나무숲길이 먼저 나온다. 많은 다큐멘터리나 드라마에서 볼 법한 웅장한 숲길이 몇 차례 이어진다. 둘레길을 걷다가 노루를 만나는 행운도 얻을 수 있다. 


다만 주차장이 다소 어려운 것이 흠이다. 주차장 가는 좁은 길을 가다가(당시 공사 중) 타이어 펑크로 보험사까지 불렀고 결국 제주에서 타이어를 교체하는 경험을 했다. 이승이오름의 사진도, 풍경도, 추억도 더 귀하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비싼 대가를 주고 얻은 것이어서 그럴까. 사려니숲길과는 다른 웅장한 삼나무숲길을 조용히 즐기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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