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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일기 #9] 부쩍 잠이 많아졌다.

임신 12주 차, 임신 증상은 일상을 바꿔놓는다

by Sylvan whisper

‘그것도 임신 때문에 생기는 증상이야??’


임산부의 신체변화는 놀라울 만큼 다양하게 나타난다. 입덧, 피로감 같은 대표적이고 흔한 증상들도 있지만 임산부마다 이런 증상들을 겪기도 하고 아예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속 쓰림, 수면 시간이나 수면 패턴의 변화, 피부에 나는 발진, 가려움증 등 다양한 증상들이 교차하여 발생할 수 있다.

산모를 힘들게 하는 것은 단순히 이러한 증상들 중 어떤 것이 ‘나타난다’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러 증상들은 그 강도도 들쭉날쭉일 수 있고, 없던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으며, 하나의 증상이 끝나면 또 다른 증상이 산모를 괴롭힐 수도 있다.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사방에서, 어느 시점에 날아올지 모르는 그야말로 미지의 공간에서 산모가 혼자서 오롯이 버텨야 하는 것이다.




속이 쓰리고, 부쩍 잠이 많아졌다.


아내의 경우엔 특정 음식이 계속해서 생각나진 않지만 식사 때가 되면 그때그때 먹고 싶은 음식이 금방 떠오르는 편이다. 간헐적으로 저릿한 느낌이, 아랫배 쪽이 쿡쿡 쑤시는 느낌이 온다. 속이 쓰려서 밥을 먹으면 채 한 그릇을 먹기도 전에 배가 부르다. 아내의 식사패턴은 속 쓰림과 더부룩함의 반복이 되었다.


임신 초기에 아이가 찾아왔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한 입덧이 아내에겐 나타나지 않았다. 그 당시엔 아침마다 속이 쓰리고, 피로감이 더 크다고 느낀 것이 전부였다. 임신 초기였던 이 시기에 아내는 휴직기간을 끝내고 복직을 하였는데, 임신초기와 복직이라는 두 가지 기간이 겹친 것이다. 이로 인해서 아내는 ‘임신의 증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사무실을 나가고 업무를 보게 된 사실 때문에 느끼는 얕은 스트레스나 피로감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 착각이 우리가 ‘임신’을 늦게 알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나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아내에게 체력이 떨어진 것 같으니 이번에야말로 운동하는 습관을 만들어 보자며, 퇴근 후 지쳐있는 아내를 공원으로 끌고 나가곤 했다. 아침에 출근할 때는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식빵을 한 조각씩 입에 물고 같이 집을 나섰다. 아내가 회사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더부룩함을 느끼는 것 또한 사무실 책상에 계속 앉아있게 되어 생기는 증상이라고 간단히 생각해 버렸다.

임신 증상이라는 것이 선사하는 ‘어려움’이라는 것은 이런 에피소드와 같다. 분명하게 ‘일상’을 바꾸어 놓지만 그 시기와 강도가 너무나 제각각이며 변화무쌍하여 좀처럼 예측하고 대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임신 12주를 넘어가는 시기가 오니 아내의 신체변화와 증상들도 점점 다양화되고 있다. 아내의 위가 점점 작아지는 것인지, 속 쓰림과 더부룩함의 사이클 주기는 점점 작아지고 있고, 평소에는 깨지 않던 이른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을 꼭 가야 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면 다시 잠에 들기 힘든 날도 종종 찾아오곤 한다. 원인 모를 통증이 간헐적으로 찾아오기도 하고, 소파에 앉아 어느 순간 잠에 빠져있다.




남편은 어떤 대처불가한 증상으로 인한 불편함을 느끼는 아내 옆에서 사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남편의 역할은 단순히 아내가 원하는 음식을 사다 주거나, 저린 다리를 주물러 주는 등의 행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임신 증상이라는 것은 분명한 패턴이 없어 예측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지만, 산모의 일상을 분명히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남편의 역할은 불확실한 증상을 대처하는 것보다는, 바뀌어가는 아내의 일상을 파악하고 적응하여 아내의 그 새로운 일상을 다시 꾸려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아내의 수면패턴이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추어 줄 수 있다. 혹은 속쓰림이 지속되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복시간을 최소화 하고, 식사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맞추어 줄 수 있다. 바뀌어가는 아내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도록 남편도 함께 그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한 줄 정보

1. 피로감, 속쓰림, 배부름, 수면 패턴 변화 등은 증상과 강도가 임산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증상의 시기와 강도는 예측할 수 없어 산모에게 큰 불확실성을 준다.

2. 임신 초기 증상은 일상적 피로와 혼동되기 쉬워, 임신 사실 인지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3. 남편은 증상을 직접 해결하기보다, 변화된 아내의 일상을 이해하고 함께 재구성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4. 입덧은 임신부의 절반 이상에서 나타나지만, 전혀 겪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5. 속 쓰림은 임신 호르몬으로 인해 식도가 이완되면서 발생한다.

6. 아랫배 통증이나 쿡쿡 찌르는 느낌은 자궁이 커지며 인대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다.

7. 피로감은 호르몬 변화와 동시에 체내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8. 수면 패턴 변화는 호르몬 영향뿐 아니라 소변 횟수 증가, 불안감, 신체 불편이 겹쳐 나타난다.

9. 가려움이나 피부 발진은 임신 중 혈액순환과 호르몬 변화로 피부가 민감해져 생긴다.

10. 식사량이 줄거나 더부룩함이 심해지는 것은 위장이 압박을 받기 시작하는 신호다.

11. 특정 음식에 대한 갑작스러운 선호나 거부감은 호르몬 변화와 심리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다.

12. 임신 증상은 정형화된 ‘교과서적 패턴’이 없기 때문에, 개인차가 매우 크다.

13. 임신 중 아내를 지켜보는 남편의 시선에는 미안함, 무력감, 그리고 배워가는 책임감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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