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3주차, 미지의 두려움
‘나 아기 낳기가 무서워’
여느날과 똑같은 하루를 보냈다. 나란히 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소파에 앉아 소소하게 웃을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졸음이 찾아올 때 즈음 잠을 청하는, 우리의 보통의 하루와 같은 날이었다. 아내는 졸린눈을 비비며 먼저 침실로 향했다. 나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아내에게 먼저 자라며 인사했다. 침대에 몸을 뉘이고 아마 십분 남짓 흐른 뒤, 아내는 거실로 다시 나와서는 내게 말했다.
‘나 아기 낳기가 무서워, 사고나서 죽어버리면 어떡해?’
나는 당장 소파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다가갔다. 등을 토닥거리면서 무슨 일인지 물었다. 어떤 외부자극으로 인하여 찾아온 두려움은 아니었다. 그리고 너무 강렬한 공포로 인해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정도가 심하진 않더라도 아내를 꼭 안아주며 등을 토닥거릴 때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아내에게 그 감정의 동요는 크진 않더라도 분명하게 존재했다.
나는 임신 사실을 알게되고 난 후 출처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곤 했다. (태교일기 #6 사실은 깜깜해) 그리고 그 불안감은 아내는 모르는 나만의 비밀같은 것이었다. ‘남편’들만이 느끼는 어떤 깊은 속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아내도 나와 같이 미지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아니 분명히 아내가 느끼는 감정은 내가 느끼는 것 보다 더 근원적인, 본능에서 기인한 어떤 ‘깜깜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날밤 아내는 다행히도 금방 그 불안감을 떨쳐내고 다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 감정은 여느날과 똑같은 보통의 하루를 보내고, 그 하루를 마무리하려는 잠자리에서 찾아왔다. 그런 류의 감정을 불러일으킬만한 기억이 있다던지, 외부 자극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므로 이 두려운 마음은 그야말로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이 감정은 또 언젠가, 어디선가 날아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불현듯 찾아올 수 있는 두려움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아마 아내에게는 큰 짐이 될 것이다.
내가 느끼는 것은 구체적인 현실에서 비롯되지만 아내가 느끼는 것은 형체가 없는 사유에서 오는 감정이었다. 비슷하지만 전혀 비슷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각각의 두려움을 안고 우리는 나아가고 있다.
한줄정보
1. 출산에 대한 두려움은 임신부가 흔히 겪는 정서적 변화 중 하나다.
2. 임신부의 불안은 특정 원인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으며, 이는 호르몬 변화와 본능적 위험 인식이 결합된 결과일 수 있다.
3. 남편의 불안은 현실적 상황(경제, 책임, 안전)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4. 부부가 각자 다른 결의 불안을 겪지만, 이를 공유하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지지가 된다.
5. 출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이를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것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6. 불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파도처럼 반복적으로 찾아올 수 있음을 미리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7. 부부가 이런 감정을 공유하고 나누는 과정은, 서로의 내면을 이해하는 중요한 심리적 태교의 과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