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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ul 08. 2020

그네가 무서웠던 아이

6살의 너는...

3. 그네가 무서웠던 아이          


 지금은 생각도 안 나겠지만, 네가 6살까지도 흔들리는 것을 무서워했단다. 무엇인가가 정지되지 않고 계속 양 옆, 앞, 뒤로 움직이고 있으면 무서워서 어쩔 줄을 몰랐어. 엄마도 처음이니까 아이가 이렇게 무서워하면 큰일 날 것만 같았지. 이러다 커서도 내내 무서워하고, 겁쟁이가 될까 걱정했어. 아마, 엄마도 겁이 많은 편이라 세상 살면서 우리 딸들은 엄마처럼 겁 많지 않고 당차게 살았음 하는 마음도 있었을 거야.     


 백화점에 가끔 가면 보통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잖아.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에 층층마다 황금색 쓰레기통이 꼭 있어. 그 쓰레기통은 길쭉하니 키가 어린아이만 하고, 원통 모양이고, 위는 평평하게 되어 있지. 뚜껑이 평상시에는 닫혀 있다가 쓰레기를 버릴 때 한쪽을 아래로 밀면 반대쪽 면이 위로 올라가고 한동안 시소처럼 양쪽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을 반복한단다. 사람들은 쓰레기만 버리고 바삐 갈 길을 떠나다 보니, 쓰레기통 뚜껑만 덩그러니 왔다 갔다 일을 하고 있지.      


 그럼 너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놀라서 손을 가슴에 모으고 발을 동동 구르다가 얼른 쓰레기통 쪽으로 달려가서 뚜껑이 움직이지 않도록 잡았단다. 얼굴은 울상이고, 무서워서 어쩔 줄을 모르지만, 뚜껑의 움직임을 멈추기 위해서 최대한의 힘을 내어 제어했어. 미세한 진동까지 멈추어야 안심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했어. 마치 슈퍼맨이 변신하고 나타나 일을 처리하고 유유히 사라지듯 너도 가는 곳마다 흔들리는 것이 있으면 멈추어지도록 혼신의 힘을 다했단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이러다가는 망가질 것 같고, 큰일이 날 것 같다고 했었어. 아이들이 놀이터 가면 제일 먼저 달려가는 그네도 못 탔단다. 그네는 거의 놀이터마다 달랑 2개밖에 없잖아. 매번 줄 서서 기다려야 하고, 지나다가 사람 없으면 웬일이냐며 바로 달려가 앉아서 신나게 타는 곳이지. 너는 이 그네를 세상 무서워했단다. 놀이터 가서 놀다가도 다른 사람이 그네를 타면 발을 동동 구르고 울면서 소리까지 지르지. 그만 하라고 말이야. 옆에서 언니들, 친구들 타고 내리면 그네의 줄을 잡아서 작은 진동까지 멈추길 기다렸단다. 그럼, 뭐해, 또 조금 있으면 다른 사람이 와서 타잖아. 그래서 우리는 놀이터에는 많이 못 갔어. 그네랑은 멀리 떨어져 있거나 그네가 없는 놀이터들만 다녀야 했지.        


 이러다 놀이터도 못 가서 놀면 어쩌나, 매번 이런 모습 보이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많았지. 엄마로 십 년 이상 지내보니, 가장 뼈저리게 느낀 건 어릴 적 걱정은 쓸데없다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 바뀌는 것들이 참 많더라. 7살에 유치원 친구들과 하원 후에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이 늘면서 그네에 대한 생각이 바뀌더라. 그 전에는 무섭기만 한 존재였다면 친구들이 그네를 씽씽 신나게 타는 걸 보니 너도 타고 싶어 졌나 봐. 친구들처럼 잘 타고 싶었는지 어느 날부터 그네 연습을 시작했어. 어릴 때 재밌게 타지 않았었으니 혼자 발로 밀고 왔다 갔다 하기까지 맹연습을 해야 했단다. 다른 아이들처럼 타고 싶었던 거지. 안 되면 짜증을 내서 유치원만 끝나면 놀이터에서 살면서 연습했단다. 기다리는 사람들 있으니 오래 할 수도 없으니 타고, 줄 서고, 타고, 또 줄 서면서 말이야. 오기로 연습을 하더니 드디어 친구들처럼 일어나서 그네 안장에 발을 대고 스스로의 힘으로 그네 타기를 성공했어. 그네를 마치 공부처럼 타는 듯해 안쓰럽더니 처음으로 뿌듯해하는 얼굴을 보니 엄마도 그제야 안심했지. 

     

 엄마는 다시 한번 알았어. 사람은 다 때가 있다는 것을. 당시에 무서워하고, 겁 나 하는 것은 발달 시기 중에 있을 수 있고,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반응이 달라짐을 깨달았어. 평생 그네도 못 탈 줄만 알았는데 이제는 뭐, 너무 높이 올라가 걱정하고 있잖아.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도 무서워서 몇 개만 골라 타더니 작년부터는 놀이동산도 친구들끼리만 가서 하루 종일 타고 오는구나. 바이킹, 360도 회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었는데, 해내고 싶은 마음에 도전하고,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오르고 있잖아. 탈 때마다 심장이 떨리고, 배도 아프지만 눈 질끈 감고, 그 스피드를 즐기기 위해 도전함을 엄마는 안단다. 얼마 전에 네가 간단한 심리유형검사에서 “나는 도전정신은 별로 없는 것 같아.”라고 했지. 절대 아니야! 너의 삶은 새로 접한 세계들을 무서워하고, 불안했지만, 안주하지 않고 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달려들어 성취해 낸 것들 천국이란다.      


 앞으로도 우리 딸이 만나는 세상들에는 규정할 수 없는 불안과 걱정들이 많겠지.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한 변화만 봐도 그렇지.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어른이 되어도 무서운 건 무섭더라. 겉으로 내색만 안 할 뿐이지.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엄마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어. 놀이동산의 기구들이 처음 봤을 때는 무섭지만, 한 발 떼어 보고, 막상 앉아보면 다른 경험들을 하게 되듯이, 우리 한 발 걸어가고, 어디든 가보자. 

 <그릿> 책 중에 이런 말이 있어. “수집한 자료마다 일정한 양상이 보였어요. 모든 사람에게 기폭제가 있었습니다. 목적의 시발점이 되는 기폭제요. 그 기폭제는 바로 자신이 관심 있는 일이었습니다.” 우리 딸은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에는 기폭제가 폭발한단다. 엄마가 산 증인이잖니. 좋아하고, 하고자 마음먹은 일들은 어떻게든 해 내는 너에게 이미 도전과 확신, 열정이 보석이야. 벌써 반짝반짝 눈부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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