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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ul 23. 2020

자원봉사는 점수용이 아니지!!!

5. 자원봉사는 점수용이 아니지!!!

          

딸아, 요즘은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는 봉사 점수가 필수더라. 몇 점 이상을 받아야 해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곳에 가서 점수 채우려고 해야 한다고 들었어. 자원봉사에 있어, 우리 딸에게 놀란 적이 있어서 적어 보려 해.

     

 6학년 봄에 엄마가 세월호 5주년 콘서트에 합창단으로 참여했었어. 세월호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부모, 학생 모두에게 가슴 아픈 일이야. 그분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지도 못했지만 행사라도 참여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힘을 보태고 싶었단다. 동네 행사지만 규모가 꽤 컸고, 자원봉사 활동도 필요했어. 너에게도 권해보고 싶었지만, 한창 사춘기라 엄마가 어디 가자고 해도 안 간다고 하고, 친구들과만 움직이려 해서 자원봉사 해 보겠냐는 말도 망설이기만 했지. 엄마가 백날 말하는 것보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기억하길 바라고, 추모하는지 현장의 분위기로 느꼈으면 했단다. 마침, 너의 베프들이 집에 놀러 왔을 때 슬쩍 운을 뗐지. 세월호 행사가 있는데 봉사해 보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의외로 쿨 하게 좋다는 거야. 역시 친구들이 함께 한다니 너도 마음이 열려 있더라.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바로 약속을 정하고, 그 날을 기다렸지.    

 

 한 명은 못 가게 됐고, 너와 친구 한 명이 점심부터 부지런히 움직였어. 행사 장소 도착하니, 너희만 초등학생이고 다들 중고생 언니, 오빠들이더라. 그 옆에 있으니 너희가 참 작아 보였어. 봄날이어도 바람이 불어서 옷을 단단히 입게 했더니 행사장은 또 덥더라고. 금세 땀이 맺혀 있고, 봉사학생들도 일을 많이 해야 하는 건 아니라 대기 장소에 있는데도 약간 불만스러워 보여서 엄마는 멀리 피해있었단다. 친구까지 데려왔는데 엄마가 힘들게만 하는 건가 싶어 미안하기도 했고.      

 점심때부터 준비한 행사는 저녁때가 되어 끝났어. 엄마도 행사 보면서, 합창 부르면서 마음이 계속 먹먹하고 울컥했어. 거기 있던 모든 분들이 느꼈던 감정이었을 거야. 지휘자 선생님께서 리허설 때 했던 말씀이 기억에 남아. 그분의 자녀가 넷인데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눈물이 맺혔던 얼굴이 인상 깊었단다. 세월호 사건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분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힘을 전하며, 우리들에게도 경종을 울리는 거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가 먼저 깨닫고, 필요한 것을 제대로 지켜내야 해. 아이 한 명이라도 모두 존중하는 사회가 되도록 우리가 달라져야 해.      


 행사가 끝나고 네가 생각이 나더라. 엄마의 권유로 오게 됐으니 어떤 불만도 받아 내리라 마음먹고 너를 찾는데 안 보이는 거야. 대기실도 가보고, 다른 분들이 정리하고 있는 구역에 가 봐도 없고, 슬슬 마음이 불편해졌어. 자원봉사라 해도 큰 일도 아니었을 텐데 어디 가서 있길래 보이지도 않냐며 미안함은 못마땅으로 바뀌었지. 그러다가 저기 먼 길가에 너와 친구가 보였어. 손에는 포스터들을 들고 오더라. 어딨었는지 묻자, 자기들이 오후 내내 붙였던 길 위의 포스터들을 떼러 다녔다는 거야. 얼마나 정성 들여 붙였는지 네 면 모두 테이프가 빽빽이 붙어있고, 손에 한가득 들려 있었지. 그보다도 얼굴 표정에서 열심히 하고 난 후의 뿌듯함이 보이니까 엄마도 그제야 안심이 되고, 부끄러웠어. 우리 딸을 너무 과소평가했구나 싶었어.      

 끝났으니 가도 된다 해도 저기 끝까지 붙여놔서 다 떼고 간다는 거야. 자기들이 힘들게 붙였는데 사람들 발에 치여서 날아다니면 안 된다면서 완벽히 수거하고 가겠다며 점점 깜깜해지는데도 달려서 떼러 갔단다. 다시 포스터를 들고 오는데 지나가는 주민께서 어린 학생들이 봉사하는 거냐며 칭찬해 주셨잖아. 그분이 블로거라서 오늘 행사 이야기에 학생들 사진도 올리고 싶다며 정중히 부탁하셔서 너희는 포스터 들고, 자랑스럽게 딱 포즈를 취해 주더라. 뿌듯해하는 모습이 뿜 뿜 뿜어져 나왔어.      


 저녁 먹으면서도 오늘 어떤 일들을 했는지 얘기하느라 바쁘고, 몸은 힘든데 싱글벙글한 표정에서 우리 딸이 참 빛나더라. 대가와 보상을 바라는 일이 아니어서 더 그랬을 거야. 중요한 의미를 위해 너도 한몫했다는 사실이 너를 더 좋은 사람으로 느끼게 해 주는 거지. 엄마도 작은 봉사지만 시간을 귀하게 써 줘서 고마웠어.     


 얼마 뒤에 도서관 품앗이 엄마들이 주관하는 도서관 절기 단오 행사가 있었어. 엄마는 요리 부스를 맡아서 떡쌈 말이를 하기로 했지. 이 행사는 엄마들이 2015년부터 봉사와 재능 나눔으로 해 왔고, 너희도 어릴 때부터 쭉 참여했었어. 10살 후부터는 발길도 뚝 끊었지만 이번에는 엄마 도우러 와 달라고 SOS를 쳤더니 또 그 친구와 쿨 하게 와 주더라. 엄마는 그 친구도 정말 고마워. 다른 봉사학생들은 중학생 언니들이고, 이번에도 너희만 초등학생이더라.      


 와서 대충 하더라도 정말 고맙다는 생각으로 있었는데 엄마보다 더 적극적인 거야. 두 팀으로 나눠서 할당량에 맞게 재료를 배분하고, 아이들이 오면 떡쌈 말기 설명도 해 주고, 어려워하는 아이가 있으면 도와줬어. 선생님처럼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끝나면 잘 가라고 인사하고, 다음 팀 오기 전까지 분주히 정리 정돈하는 모습이 딸을 새롭게 봤지. 집에서와 또 다르더라. 네가 다른 사람을 위해 애쓰고, 친절한 모습을 엄마가 까먹고 지나갈 뻔했어. 사춘기가 저런가 하며 짜증내고, 방에만 있으려는 모습만 뇌리에 박혀 있었는데 너도 벌써 훌쩍 컸다는 걸 알았지.      


 세상에는 우리 보다도 더 열심히 극한 환경에서 봉사하시는 분들도 많아. 해외 각지 봉사단에도 가고, 몇 년씩 고아원 반찬 봉사며, 후원해 주시고, 연탄 봉사도 하시고, 세월호로 아픔을 겪는 분들을 위해 옆에서 도와주신 분들..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우리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 엄마도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로 언제든 나눠가려 해. 도움에는 경중이 없잖아.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일로 나누어 줄 수 있어. 엄마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지. 대학교 때는 복지관, 발달장애 아동센터, 정신재활센터 등에서 도왔고, 상담이 꼭 필요한데 받지 못하시는 분을 도와드리거나, 강의 나눔으로 중요한 정보를 알려 드리고, 집단상담 나눔으로 마음이 힘드셨던 분들이 희망과 사랑을 느끼실 수 있도록 돕는단다.  

 딸아, 너의 따듯한 마음과 선함이 멋지더라. 엄마가 너를 제대로 보아주지 못해도 부쩍부쩍 자라는 네가 고맙다. 딸아, 네가 갖고 있는 재능으로 세상을 밝게 해 주렴.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네가 도울 수 있는 힘을 쓸 때 너의 마음도 든든해질 거야. 우리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야 하잖아. 네가 힘들 때도 너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함께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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