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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ul 25. 2020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다. 너의 엄마 되는 법..

3장.  엄마가 더 빨리 알았더라면..   

     

 엄마는 28살에 엄마가 됐어. 그때는 엄마도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부족한 것  투성이었어.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는 거야. 헤매다 지치면 너에게 화내고, 소리 지르고, 어느새 악마가 되어버렸지. 엄마도 화 안 내고, 사랑으로만 너를 키우고 싶었는데 엄마의 30대가 그리 녹록지 않았단다. 지금이라도 엄마가 너에게 잘못한 것이 있다면 사과할게. 미안하다, 엄마만 되는 줄 알았지, 인내가 필요함을 너무 늦게 알았어.          


1.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다. 너의 엄마 되는 법..    


 딸아, 바야흐로 독감 예방접종 시기가 왔구나. 엄마는 예방접종 글자만 봐도 우리 딸들 또 어떻게 맞나 하는 걱정부터 들었단다. 너도 그렇지? 너도, 동생도 주사 맞는 것을 엄청 무서워하잖아. 작년까지만 해도 주사 맞기 싫다고 걱정하고, 맞기 전까지도 엄청 고민하지. 4학년 때 예방접종 맞을 때까지도 주사 맞기 전에 떨다가 주사가 오는 순간부터 눈물이 맺히고, 안 맞고 싶다고 목소리가 높아졌어.      


 7살 때 숲 모임에서 산에 놀러 갔다가 바위에서 떨어져 이마가 찢어졌었어.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엄마는 가슴이 벌렁대. 너를 책임지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니까 엄마도 참았지만 엄청 놀라고 무서웠단다. 아이 키우면서 응급실 몇 번 가는 건 예삿일이지만 크게 다칠 때는 엄마도 무서워. 이마가 찢어진 상태로 더 놀라 우는 너를 달래며 병원에 갔는데 마취가 안 되는 거야. 너는 주사 안 맞겠다고 울고 불고 난리고, 마취가 되어야 빨리 꿰맬 텐데 시간이 지나도 별 반응이 없어. 조금씩 마취된다 싶어서 선생님이 꿰매려고 할 때 본능적으로 알았는지 깨어나서는 발버둥 치고, 소리소리 질렀지. 안 한다고, 싫다고, 살려달라고. 커다란 압박붕대 같은 걸로 너를 감싸고 잡고 하면서 치료를 마쳤단다. 며칠 간격으로 드레싱을 갈 때마다 병원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지. 안 하고 싶다고, 그만하게 해 달라고, 싫다고. 붕대 떼고, 약 바르고, 다시 붕대 붙이면 끝이지만 아무리 설명을 해 줘도 너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어.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하지. 울면 그렇게 약해서 어떻게 하냐고, 겁쟁이라고, 나이가 몇 개인데 창피하지도 않냐고. 병원에서도 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 선생님들이 너의 울음에 공감해 주는 분을 본 적이 없어. 울면 더 세게 맞힐 거라고, 더 큰 주사 가져올 거라고, 다 큰 애가 참아야지 동생들이 비웃는다고. 하지만, 엄마는 사람들의 생각과 달랐어. 사람마다 무서움을 느끼는 강도는 달라. 위험의 순간을 인지하는 정도가 차이가 있고, 표현하는 것도 마찬가지지. 그 정도에 대해 누가 맞고, 틀리다고 할 수 없어. 그 자체의 마음을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지. 너는 위험과 아픔에 대해 예민했고,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거침이 없었어. 그뿐이야. 다른 사람들 눈치 보며 아픔을 참는 것보다 아직은 어린 나이일 때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정도까지 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엄마는 지켜봤단다.        


 6학년이 되고 예방접종이 3개나 됐지. 오랜만에 맞는 예방접종인데 친구들과 가서 맞겠다는 거야. 엄마가 먼저 말하기도 전에 스스로 가겠다는 것도 놀라웠지. 부모 동의를 받고 우선 한 대만 먼저 친구와 가서 맞고 왔잖아. 어땠냐고 물으니 무섭긴 했는데 괜찮았다고. 쿨하게 말하는 너를 보며 속으로는 깜짝 놀랐어. 이제 울지도 않고, 주사 앞에 참아내는구나.      


 며칠 전에 친구들과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서 손등이 까이고, 발 뒤 쪽은 살이 파여서 왔잖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들어와서 다쳤다길래 손만 보고는 안심했는데, 발을 보고는 눈이 커졌어. 엄지손톱만큼이나 살이 파였는데 보는 엄마도 주먹 쥐게 될 정도로 아파 보였거든. 

“아팠겠다. 괜찮아?”

“괜찮아. 조금 따끔거리기는 하는데 약 바르면 되지. 애들한테는 못 나간다고 해야겠다.”

담담하게 너의 아픔을 처리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너도 말했지.

“예전에는 울고 불고 그랬을 텐데, 이제 안 그러네. 살다 보면 다칠 수 있는 거지. 달라지긴 했어, 그렇지?”


 그래, 엄청 달라졌다. 말하면서 우리 둘이 웃었잖아. 지난날이 생각나고, 지금의 네 모습이 대견해서. 역시 사람은 스스로 마음을 조절하며 커 나가는구나. 애써 잘못됐다고, 울지 말라고, 너를 비난하고, 오히려 무서움을 표현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포를 주지 않아도 되는구나.  엄마는 너를 통해 배워간다.     

 한 가지, 네가 울고 무서워할 때 네가 용기를 깨울 수 있게 더 북돋아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후회가 돼. 무서운 마음만 공감했지, 더 한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놓친 것 같아 미안하고. 무섭고 도망가고 싶지만, 그때마다 병원에서 용기를 내고 버텨낸 거야. 너의 마음을 꺼내어 사람들에게 어마 무시하게 알린 소신이 빛났어. 그 용기와 소신이 네 안에 쌓여 있단다. 딸아, 꼭 기억하렴. 네 안의 빛난 보석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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