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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경은 Aug 14. 2024

시크해서 좋아

집 근처에 단골 카페가 있다. 두 가지 이유로 인상적인 곳이다. 우선 늘 즐거운 분위기로 일하신다. 사장님 두 분이 운영하는 곳인데 갈 때마다 밝은 미소와 인사로 맞아주신다. 점심시간이 끝나 사람들이 줄을 서 커피를 주문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도 일할 때 저런 표정으로, 자세로 임해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심지어 저렴한데다 커피 맛도 좋다. 소문이 제법 난건지 늘 사람이 북적거린다. 나는 종종 드물게 한적한 시간에 카페에 가서 사장님과 짧은 안부를 주고 받기도 한다. 


  어느날, 사장님이 머리핀 만들기가 취미라며 아이에게 귀여운 머리핀을 선물해주셨다. 분홍색 큐빅이 총총 박힌 이쁜딸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한국에 와서 혹여 '아이와 함께 있음'으로 상처받는 일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덕분에 큰 위로를 받았다. 


  아이는 낯선 어른을 티나게 경계한다. 종종 낯선 어른들이 아이에게 눈인사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귀여워해줄 때마다 아이는 뚱한 표정으로 일갈하거나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민망하다. 한편으로는 귀염성있게 굴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하지만 사장님은 아이를 볼 때마다 '시크해서 좋다'고 말씀해주신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나에게 '무뚝뚝한 성격'을 고쳐야한다고 강조했다. 딸 키우는 재미가 없다고 아쉬워하거나 사회생활을 할 때 미움을 사지 않을지 걱정하기도 했다. 마흔이 가까운 나이까지 무뚝뚝한 성격을 두고 잔소리를 듣는다. 성격을 극복해야할 단점처럼 교육받고 자랐으나 극복하지 못했고, 극복하지 않을 나도 사장님의 '시크해서 좋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마음에 드는 음식이든 물건이든 장소든 사는 것, 가던 곳만 고집하는 나. 하지만 단골인 사실을 간파당하는 순간, 부담스러워서 발길을 끊는다. 심지어 회사 근처 식당, 아이 어린이집 선생님이 티비에서 봤다며 알아봐주셨는데 식당은 그 후로 가지 못했다. 아이 어린이집 선생님은 얼마후 다른 곳으로 이직하셨다. 


  집 근처 카페는 그럼에도, 계속 발걸음을 하게 된다. 다정으로 감동받고 나도 다정함을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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