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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래 Oct 22. 2022

부족해 보일 때조차 완전한 당신에게,

♪ Days and years

우리 사이 지금은 밤이 달을 베어 문 듯 부족해 보이지만,

그믐달을 보면서도 보름달이었던 순간을 떠올려줘.

달은 부족함 없이 완전하다는 걸 기억해줘.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완전해.




당신과 사랑하고 날은 밝았는데, 나는 여전히 당신과 나눈 그날 밤을 몇 잔 들이켜고 숙취에 허우적댄다.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은 분명 하루 이틀 새 잊어버릴 감정이 손발이 저릿하도록 온몸을 헤집는다. 비가 한두 방울 지지부진 내리듯, 끝맺지 못한 환희가 눈동자에 맺히는 모습을 본 지나가는 사람이 혹여나 이 기쁨을 뺏어갈까 싶어 우산을 푹 눌러쓰고 걷는다.


당신과 다투고 날은 밝았는데, 나는 여전히 당신과 날카로운 말을 나눴던 밤의 자락을 붙잡고 놓지 못한다.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은 분명 하루 이틀 새 잊어버릴 말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잇속을 비집고 나오는 아픔을 죄 없는 입술만 잘근거리며 삼킨다. 처마에 고여있던 빗방울이 이윽고 떨어지듯, 끝맺지 못한 아픔이 눈에 그렁그렁 매달리다 떨어진다. 그 모습을 지나가는 길고양이에게도 보이기 싫어 우산을 푹 눌러쓰고 걷는다.




남편이 밖에서 일과 사람에 치이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를 보다 지친 아내는 매번 울상을 짓고 있었다. 뱃속에 둘째가 있어서 적은 활동으로도 버거웠던 것이다. 그렇다고 집 정리를 해놓고 우울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집은 남편의 두 번째 일터였다. 힘든 아내를 위해 음료수를 건네보지만, 그의 우울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계가 온 남편이 말했다.


“집에 있으면 불행해져. 계속 이렇게 지내면 앞으로도 불행할 것 같아.”


나는 그 말을 듣고 견딜 수가 없었다.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한 것은 괜찮았지만, 앞날이 깜깜한 것은 견디기 힘들었다. 한 밤 중이었지만 탈출하다시피 집 밖으로 나왔다.

공원 근처를 배회했다. 눈물이 쏟아졌다.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았다. 나름 열심히 지낸다고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노력한다고 해결될까? 헤어져주는 것이 그가 행복해지는 길일까?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물음표가 줄 지어 생겨났다.

쌀쌀한 날이었다. 고민은 많았지만 뱃속의 아이가 신경 쓰였다. 달리 갈 곳도 없어서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우리는 오래 같이 살았음에도 한 순간에 불편해졌다. 집에 있을 때는 속옷 바람으로 편하게 지내는데, 불행하다는 사람 옆에서 그러고 있기도 민망해서 주섬주섬 잠옷이라도 걸친다. 오며 가며 마주칠 때마다 서로에게 긴장이 느껴진다. 서늘한 분위기를 귀신 같이 알아챈 첫째가 엄마 아빠를 번갈아 쳐다본다. 우리는 평소처럼 웃는답시고 입꼬리를 올리는 시늉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추스르는 시간을 하루 정도 가졌다. 그러고 나니 서로 안아줄 힘이 생겼다. 화해의 포옹을 하면서 우리는 그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안다. 서로 미안함을 건네면서 우리는 아주 좋을 때도 있지만 나쁠 때도 있음을, 그것은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단지 상황 중 하나였음을 안다.




이렇듯 사랑하는 사람과도 갈등할 때가 있다.

하물며 자기 자신은 숨이 붙어있는 한, 떨어질 수 없는데 오죽하겠는가. 가끔 미울 때도 있는 게 당연하다.

싫은 순간에는 미워 보인다. 불완전해 보인다.

그림자가 일부를 삼켜 달의 모양이 달라 보이듯, 우리도 상황만 달라졌을 뿐 서로의 자리에서 완전하다는 것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그 사람도 그럴 만한 이유가 반드시 있다.

그도 부족함 없이 완전하다.

당신이 그렇듯.




ⓒ atiabii,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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