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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래 Oct 21. 2022

사랑받고 싶은 당신에게,

♪ Dice

네가 나를 사랑해 주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나를 사랑해 주면 되니까.


네가 너를 사랑해 주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너를 사랑할 때까지

내가 곁에 있을게.




여중을 다니는 내내, 나와 함께 하는 애들은 사람만 바뀌었지, 나를 포함해 항상 3명이었다. 3이라는 숫자가 어째서 완성과 완벽과 안정을 상징하는 수로 통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3명이면 꼭 한 명은 롤러코스터를 탈 때 같이 소리 지를 사람이 없다. 수학여행 갈 때 관광버스 옆자리에 짝꿍이 없다. 나는 그 한 명이 되는 것을 두려워했는데, 얼마나 두려우면, 교실에서 짝을 바꿀 때 목덜미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였다. 애들이 나를 친구 하나 없는 찌질이라며 비웃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랑 같이 다닐 것 같은 아이를 골라, 팔짱을 끼고 화장실까지 쫓아다녔다. 혼자는 완전하지 않았으니까.


2학년 때는 나 말고 다른 친구 R과 J가 절친이 되어버렸다. 친구 R은 나처럼 혼자가 되는 것을 무서워하는 아이였다. J는 놀이 기구를 혼자 타도 괜찮고, 조별 과제할 때도 혼자 앉는 것에 개의치 않는 친구였다.

나는 모두가 미웠다. 굳이 혼자여도 괜찮다는 친구와 붙어 다니는 R도 밉고, 옆에서 그러든 말든 관심도 없는 J도 미웠고, 혼자가 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나 자신도 미웠다.

3년을 무리 짓는 것에만 몰두했다. 사랑받아야 했고, 사랑받으려면 잘 보여야 했다. 화를 내면 멀어질 수밖에 없으니, 마음에 들지 않아도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혼자가 되는 비참함을 느낄 바에는, 모난 부분을 감추고 무리에 속해 있는 편이 나았다.


나를 버리지 않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집합에 넣었다.

하지만 생일 축하 메시지조차 보내지 않으면, 집합에서 바로 빼버렸다. 그리고 나도 그의 생일인 것을 알면서도 연락하지 않았다. 작은 행동도 하나하나 체크하고, 나에게 관심이 식은 것 같으면 집합에 적합한 원소인지 검열했다.

집합의 안팎을 구분하는 선이 굵고 선명했다. 한 번 이름을 적으면 사탕발림과 선물을 한 보따리 안겼다. 반대로 한 번 빼기로 결정했으면 존재 자체를 지워버렸다.

연인이 게임하거나 술자리를 갖느라 연락이 안 되면, 부재중 전화를 스무 통씩 남겼다. 연락이 닿으면, ‘너도 한 번 당해 봐. 나랑 똑같은 기분 느껴 봐.’라는 마음으로, 화를 내거나 중간에 끊어버렸다. 내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숙청하거나 벌을 받아야 할 대상이었다.


더 먹으면 살찔까 봐 밥 한 스푼 덜어내는 것처럼, 내 사랑이 상대가 주는 것보다 무거울까 봐 한 스푼 덜어냈다.

‘내 사랑 = 네 사랑’

등호가 성립되지 않으면, 상대 때문에 공식에 오류가 생겼다고 여겼다.


당신이 보기엔, 이런 식으로 인생을 살면 어떨 것 같은가?




어느 날, 사랑받지 못할까 봐 절절매는 내 꼴이 우스워 보였다. 지긋지긋했다. -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다는 신호다. 변화를 꾀하고 싶어 진다. 스스로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

그래서 SNS 알림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사랑받을 순간만 기다리는 짓은 관두기로 했다. 알림을 끄고 양질의 사랑을 업로드하는 데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어느새 계산기를 두드리는 나를 발견하거나, 아무것도 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힘들면, 인류애가 충전될 때까지 잠시 쉰다.

그러다 어느 정도 충전이 되면 다시 베풀기를 반복한다.

행동 하나하나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보다 간단하다.




한 번은 좋아하는 작가의 이벤트에 당첨되었더니, 친필 사인한 책을 선물해 주셨다. 첫 페이지를 열었는데, 가운데에 크게 한 문장이 쓰여있었다. 이런 문장을 써주거나 말해준 사람은 이 작가님이 처음이었다.


'나래님, 존재해 줘서 고마워요♡'


충격이었다.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존재해 줘서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사실 처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부모님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을 것이다. 처음 걷거나 말했을 때 감격했을 것이다. 그저 한 발 떼기만 했는데, 단어 하나를 말했을 뿐인데, 잘 성장해 줘서 뿌듯했을 것이다.


당신도 누군가에겐 살아있어 주어 고마운 존재다. 그럼에도 사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은 생각이 들면, 내가 당신이 괜찮아질 때까지 쓰거나 말할 것이다. 당신이 있어서, 적어도 내 세상만큼은 행복하다고.

내 글이 하찮고 진부하다 생각해도 괜찮다. 발이 채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더 개성이 없어서, 내 존재가 당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아니어도 괜찮다. 당신에게 아무것도 받지 않아도 괜찮다.


이제는 사랑하는 마음이 범람하는 강물처럼 흘러넘쳐서, 당신이 주지 않아도 괴롭지 않다. 상처는 언젠가 끝나지만 사랑은 끝이 없다.


당신은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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