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 향이 남은 주말의 기억.

순수한 염소 떼와 의젓한 어린 주인, 그리고 놓치고 온 아이스크림.

by 나들레



토요일 아침, 마켓 산책.


토요일 아침,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주말에만 열리는 작은 마켓을 찾았다. 치앙마이의 마켓들은 야시장을 제외하고 대체로 이른 아침에 문을 열고 오후 4시쯤이면 문을 닫혔다. 늦잠꾸러기였던 나도 강렬한 아침 햇볕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일찍 눈을 떴고, 그 햇볕은 나를 자연스럽게 마켓으로 이끌었다.


그날 찾은 마켓은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반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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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30분을 걸어 도착한 마켓은 기대 이상으로 신선했다. 입구부터 사진 찍기 좋은 풍경이 펼쳐졌고, 날씨까지 맑아서 누구나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핸드폰을 들고 분주히 움직이며 이 순간을 담으려 애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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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 옆에서 독특한 풍경을 발견했다.


멀리서 보기에는 마치 진한 초록색 풀밭처럼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야 푸르스름한 물빛을 머금은 수로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풍경이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자, 곧바로 지인에게 "저건 뭐예요?"라고 질문이 왔다. 나 역시 잘 몰라서 "이곳은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는데, 대략 10분 뒤에 그분에게서 놀라운 답장이 도착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야자수가 많은 환경적 특성상, 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질 충격을 줄여 안전하게 받도록 만든 공간이었다. 더운 나라에서 코코넛은 그만큼 소중한 존재였고, 현지인들의 세심한 배려 속에 관리되고 있었다. SNS 지인 덕분에 유용한 지식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푸른빛으로 물든 독특한 풍경이 사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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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을 둘러보던 중

사랑스러운 염소들과 꼬마 사장님을 만났다.


50밧짜리 우유 한 병만 들면, 사랑스러운 염소들이 졸졸 따라오며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유명인사가 등장하자 팬들이 환호하며 우르르 달려드는 장면과 같았다.


처음에는 왜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금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유를 향한 순수한 열망과 들뜬 몸짓, 그 사랑스러운 눈빛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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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떼에게 정신을 빼앗긴 뒤 돌아보니, 우유를 판매하던 매대에는 염소만큼이나 귀여운 아이가 홀로 서 있었다.


아마 점심 식사 시간대라 밥을 가지러 잠시 자리를 비우신 엄마 대신, 아이는 능숙하게 손님을 맞이하고 거스름돈을 건네며 장사를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저학년 초등학생 정도로 보였는데, 스스로에게 맡겨진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모습에 나는 낯선 여행지에서 또 다른 감동을 받았다.


사랑스러운 염소들의 환영과 꼬마 사장님의 의젓함을 보고 싶다면, 이 특별한 마켓에 꼭 들러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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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햇볕이 강하고 습기까지 더해져 찜통더위 같았다. 하지만 마켓 안으로 들어서니 향긋한 음식 냄새가 발걸음을 붙잡았다. 음식을 먹거나 잠시 쉴 수 있는 테이블과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고, 작은 버스킹 무대도 있어 활기가 넘쳤다.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라 벌레들이 종종 합석했지만 작은 녀석들이라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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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땀을 많이 흘려 입맛을 잃었던 나였지만, 금세 마음이 바뀌었다. 난생처음 먹어본 잡채 고기 배추롤, 짭짤해서 더 맛있었던 통통한 돼지고기 꼬치, 이곳까지 와서 안 먹어보면 섭섭한 코코넛 스무디까지. 한입 한입이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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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코코넛 스무디는 단연 최고였다. 치앙마이에 머무는 동안 여러 번 마셔봤지만, 이곳 스무디가 가장 진하고 깊은 맛을 냈다. 코코넛 통에 담긴 아이스크림은 먹지 못했지만, 인기 있는 디저트임이 분명했기에 다음 방문 때 꼭 맛보리라 다짐했다.







| 여행 정보 |

코코넛 마켓 이용 시 알아두면 좋은 팁.


‣ 운영 시간 : 매주 토/일 08:00-15:00

‣ 추천 체험 : 코코넛 숲에서 인생샷 찍기, 아기 염소 우유 주기(50밧)

‣ 추천 먹거리 : 코코넛 스무디, 코코넛 아이스크림

준비물 : 그늘이 적으니 모자/물 필수, 흙길/비포장 구간이 있어 편한 신발 권장. 현금 거래가 많으니 잔돈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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