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들어간 태국 밥집, 인생 덮밥을 만나다.

지도에도 없는 작은 가게에서 맛본 진짜 로컬 음식과 달콤한 추억.

by 나들레



원래 가려던 식당은 문을 닫았다.


배가 고팠던 나는 할 수 없이 지도 앱에도 나오지 않는 이름 모를 작은 밥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이곳을 그저 '로컬 돼지고기 덮밥집'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식당 내부는 꽤 넓었고, 대형 선풍기와 TV가 있었지만, 에어컨은 없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맛보다 깔끔한 분위기를 중요시하는데, 이곳은 내가 추구하는 그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오픈 주방에서 돼지고기를 삶고 끓이는 향이 끊임없이 풍겨왔다. 그 향긋함은 마치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마저 멈춰 세울 듯했다.


돼지고기 전문점답게 메뉴판에도 돼지고기 관련 요리만 가득했다. 우리나라 족발처럼 족발만 따로 파는 메뉴도 있었는데, 정확한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300~500밧 정도로 태국에서도 꽤 비싼 편이었다.





진짜 로컬 현지인 밥집답게 영어 메뉴판은 없었다. 내게 남은 선택권은 오직 사진을 보고 가장 먹음직스러운 것을 고르는 것뿐이었다.


3초 정도 고민하다가, 영어를 조금 하실 수 있는 사장님께 추천을 부탁드렸다. 사장님께서는 메뉴판 맨 위 왼쪽을 가리키시며 그것을 권해주었다. 기본은 50밧, 삶은 달걀을 추가하면 60밧이었다. 태국의 한 그릇 음식은 양이 넉넉한 편이라 나는 기본만 시켰다.





추천해 주신 로컬 덮밥을

한 입 먹어보기로 했다.


두툼하면서 야들야들한 고기는 사장님께서 정성껏 삶아낸 돼지고기로 만든 듯, 오래 우려낸 육수의 맛을 품고 있어 부드럽고 깊은 맛이 났다.


기성품에서 나는 인스턴트 한 맛이 아니라, 정성으로 우려낸 국물 맛이 온전히 전해졌다. 돼지고기의 기름진 감이 계속되면 느끼할 법했지만, 함께 나온 고수가 그 느끼함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곁들여 나온 밑반찬은 아삭한 나물 같았고, 산뜻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있어 마지막 한 입까지 남김없이 즐겼다.


역시 나는 로컬 음식과 궁합이 잘 맞았다.


...




밥을 다 먹고 난 후, 식탁 한편에 놓인 병 음료가 눈에 들어왔다. 병 색깔이 낯설어 사장님께 물었더니, '딸기 맛 탄산'이라고 알려주셨다. 가격은 15밧이었는데, 마침 잔돈이 너무 많아 거스름돈이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고 20밧에 샀다.





기대에 부풀어 한입 했는데, 달콤하고 인공적인 맛이 입안에 감돌며 마치 어린 시절 먹었던 불량 식품 같은 느낌이었다. 단맛이 강하지만, 특정 과일 맛이라기보다는 사탕 같은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그날 이후 편의점에서도 종종 그 병을 보게 되어 반가웠다.


...




태국 음식과 친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어릴 때 태국을 자주 갔지만, 향신료가 강해 늘 어색했고, 부모님을 따라 억지로 먹었던 기억도 있었다. 여러 경험을 거치면서 점차 매혹당하게 되었고, 지금은 현지인이 찾는 작은 로컬 가게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딸기 탄산의 달콤함을 곁들인
그날의 경험이,
내 태국의 음식 취향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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