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 맛도 모르던 내가, 졸지에 사장님이 될 뻔한 어느 날의 이야기.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달콤하고 시원한 것을 파는 곳, 길가의 과일 가게로 향했다.
...
숙소 사장님 부부를 따라 도착한 곳은 'Fruit House'라는 이름의 로컬 과일 가게였다. 알록달록한 과일들은 물론, 즉석에서 신선한 주스도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워킹스트리트 번화가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 주로 현지인이나 스쿠터를 탄 여행객들이 테이크아웃을 해가거나 가게 옆 테이블에 앉아 과일을 즐기고 있었다.
가게 옆에는 마련된 작은 공간에 우리는 자리를 잡았고, 코코넛을 주문했다.
사실 코코넛은 내게 '맛없는 과일'의 대명사였다. 이전에 다른 곳에서 몇 번 경험해 봤지만, 밍밍하고 떫은맛에 실망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주문한 이유는, 숙소 사장님이 "이 집 코코넛이 제일 맛있다"라며 건넨 간곡한 추천 때문이었다. 반신반의하며 한 숟갈 떠먹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달콤하면서도 물처럼 시원한 과즙이 입안을 부드럽게 감쌌다. 진한 이온 음료처럼 기분 좋은 단맛이었다. 그 순간, '생 코코넛 맛없다'라는 나의 오랜 고정관념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 정도로 강렬한 맛이었다.
한창 코코넛의 신세계에 빠져 있을 때, 웃지 못할 재미있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마침, 가게에는 손님이 우리 셋뿐이었는데, 과일 가게 사장님이 볼일이 있다며 우리에게 가게를 맡기고 훌쩍 사라지신 것이었다. 숙소 여사장님의 농담이 뒤따랐다. "손님 오면 우리가 이 과일들 팔아야 해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시 당황했지만, 혼자가 아니었기에 용기가 났다. 영어는 서툴렀지만 "I can do it!!"을 외치며 덩달아 장사할 준비를 했다.
사장님이 헐레벌떡 뛰어 돌아오기까지 체감상 10분은 흐른 듯했다. 다행히 그 사이 손님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물론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사장님의 마음은 달랐겠지만...)
이 짧은 해프닝 덕분에 숙소 사장님과 이곳 사장님의 친분이 얼마나 두터운지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시원한 코코넛 물을 다 비우자, 사장님은 껍질을 쩍 갈라 안에 숨어있던 뽀얀 속살을 먹어보라 권했다. 물복숭아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속살에, 껍질 바닥이 훤히 보일 때까지 숟가락을 놓지 못했다. 점심 먹은 직후라 배가 터질 것 같았음에도, 도저히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
과일 가게 뒤편에는 눈이 시원해지는 푸릇푸릇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 풍경 속에서 청춘 로맨스 영화에 나올 법한 두 주인공을 발견했다. 바로 이번 빠이 여행 내내 함께해 준 '숙소 부부 사장님'이셨다. 남편은 아내의 사진을 멋지게 담아주기 여념이 없었고, 아내는 그 사랑에 화답하듯 다채로운 포즈를 취했다.
나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 사랑스러운 순간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한 장 한 장 기록해 두 분께 선물해 드렸다.
아쉽게도 이곳을 다시 찾지는 못했다. 아직 맛보지 못한 다른 과일들은 또 어떤 놀라움을 숨기고 있을지,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코코넛 하나만으로도 이토록
강렬한 기억을 남긴 곳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