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빠이의 뷰 카페에서 배운 여유의 온도.
숙소 사장님이 "빠이에서 뷰가 가장 좋은 카페"라며 나를 데려가 주신 곳, 'Coffee in lov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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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면허증은 있지만 운전을 놓은 지 오래인 '장롱면허' 신세였다. 빠이는 멋진 풍경을 만나려면 으레 언덕을 오르내려야 해 이동 수단이 필수였지만, 낯선 타국에서 덜컥 운전대를 잡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런 내 사정을 아셨는지, 사장님 부부께서 먼저 동행을 제안해 주셨다. 스쿠터나 차가 없다면 혼자 찾아가기 힘든 곳이었기에, 두 분의 사려 깊은 배려가 더욱 고맙게 다가왔다.
* 5년 전, 자전거로 빠이를 다녀본 경험자로 덧붙인다. 만약 당신의 취미가 전문 자전거 라이딩이 아니라면, 일반 자전거 이동은... 추천하지 않는다. 빠이의 언덕은 생각보다 가파르다. (전기 자전거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렇게 언덕을 올라 드디어 도착한 '뷰 카페'. 하지만 기대했던 멋진 풍경은 자욱한 비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하필이면 궂은 날씨가 '뷰 맛집'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는 듯했다. 눈앞의 풍경을 사진에 제대로 담을 수도, 사진이 이 자욱한 습기를 다 표현하지도 못할, 그런 아쉬움이 많이 남은 순간이었다.
우리는 곧장 디저트를 주문하기로 했다. 첫 방문지의 메뉴판 앞에서 선택은 늘 어렵다. 이번에도 숙소 사장님께 추천을 부탁드렸다. 그렇게 간택된 메뉴가 바로 '소프트아이스크림'이었다.
컵과 콘의 가격은 59밧(한화 약 2,400원)으로 동일했다. 어릴 땐 1초의 고민도 없이 콘을 골랐겠지만, 이젠 낭만보다 현실을 아는 나이. 손에 묻고 흐르는 것만큼 성가신 일도 없다. 컵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했다.
이내 사장님 포스가 물씬 풍기는 분이 기계 앞에서 현란한 손놀림으로 아이스크림을 컵 위까지 듬뿍 쌓아주셨다. 시골 물가치고는 비싼 편이라 생각했는데, 긴 컵을 가득 채운 '혜자로운 양'을 보니 마음이 금세 넉넉해졌다.
한입 떠먹으니, 점심으로 불렀던 배가 원망스러울 만큼, 부드럽고 진한 우유 맛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벗 삼아, '뷰' 대신 '카페' 자체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자연 친화적인 인테리어 덕분인지 눈이 편안했고, 널찍한 나무 마루 위에는 세상만사 귀찮아 보이는 앙증맞은 고양이도 늘어져 있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에, 그 이름도 모르는 앙증맞은 녀석에게 온갖 눈인사와 애교를 보내봤다. 하지만 내 관심이 영 성가셨는지, 고양이는 나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화석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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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손님들의 구성이었다.
이곳은 한국인들에게도 꽤 유명한 곳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머무는 동안 한국인은 한 명도 마주치지 못했다. 꽤 넓은 카페 공간은 오히려 서양 외국인들로 가득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낯선 언어 속에서, 문득 그들도 한국인처럼 검색해서 이곳을 찾아왔는지 궁금해졌다. 엉뚱하게도 인터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럴만한 오지랖 용기는 없어 생각에 그쳤지만, 그 낯선 풍경 속에서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는 기분은 꽤 이국적이고 근사했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탁 트인 그 풍경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머물렀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돌아섰던 기억이 난다. 덥고 습한 날씨 탓에 하염없이 녹아내리던 아이스크림만 열심히 퍼먹었던 기억이 유난히 선명하다.
빠이를 다시 찾는다면, 그땐 뜨거워도 좋으니 해가 쨍쨍한 날 이곳에 다시 들러보고 싶다. 탁 트인 뷰 배경으로, 그 아이스크림을 다시 맛보고 싶다.
물론 나의 진짜 속마음은 따로 있지만. 그때도 이곳이 너무 소문나서 앉을 자리도 없는, 그런 시끄러운 명소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좋은 풍경은
역시 나만 보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