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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환희가 지나간 자리에서.

그날의 커피 한 잔이, 이상하리만큼 위로가 됐다.

by 나들레



그날따라 하늘이 유독 흐렸고,

비가 올 듯 말 듯 해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얼마 전 숙소를 옮기며 쌓인 피로가, 흐린 날씨와 뒤엉켜 더 피곤했을지도 모른다.


자잘하게 신경 쓸 일이 많았던 오전과 점심 일정들을 무사히 마치고 잠깐 낮잠까지 잤는데도, 커피 수혈이 간절했다. 평소 하루 한 잔은 꼭 마셔야 하는 몸이, 그날따라 카페인을 놓쳤다며 '빨간불'을 켜는 듯했다.


커피도 마실 겸 산책에 나섰다. '혼자만의 사색'을 위해 평소에 안 가던 길로 걷다가, 우연히 'Coffee'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로컬 카페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방갈로 숙소와 함께 운영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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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에는 다양한 브런치와 음료가 가득했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저 카페인 듬뿍 들어간 커피 한 잔이 간절했을 뿐이라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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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잠시 숨을 멈췄다.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맛이었다.


화려한 기교가 있는 맛은 아니었다. 어쩌면 이전에 마셔본 듯 '평범한' 맛에 가까웠지만, 그 속에 숨은 담백함과 묵직한 바디감이 그날따라 유독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져 주는 듯했다.


그 커피 한 잔을 들고, 실내외 구분이 모호한 개방적인 인테리어 덕분에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아무 생각 없이 멍때리며' 온전한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그때의 그 커피 맛과 분위기 때문일까. 다음 빠이를 다시 찾는다면, 이곳의 브런치와 함께 하룻밤을 꼭 머물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Lalamal Cafe에서 만난 짜릿한 '환희'의 순간과 안 가던 길 위에서 우연히 발견한 '평온'의 순간.



어쩌면 여행이란,
그 서로 다른 두 조각이 모여
비로소 '나'를 완성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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