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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맹드 Mar 23. 2023

변수를 상수로

집을 샀다(1/2)

     고향을 떠난 뒤로, 내 집은 항상 학교 아니면 회사 근처였다.

고심할 여지가 없었다. 늘 '접근성'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전세나 월세 형태로 한 집에서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씩 살았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사회적 나이를 체감하는 순간이 왔다. 더 이상은 이직이나 결혼 같은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곤, 삶의 거처를 아예 결정버리고 싶어졌다.


그렇게 집을 샀다.

내 인생 n차 방정식의 미지수 하나풀렸다.

주거지는 이제 내 인생에서 더 이상
변수가 아니다.
상수가 되었다.


     집은 자잘한 선행 경험이 있을 수 없는, 단박의 거대한 올인거래였다. 무섭고 겁이 났다. 래서 자꾸 미뤘다.

'언젠가 할' 결혼 뒤에 늘 숨겼다.

부동산 강의를 들었지만, 그렇다고 안목이 생겼다 자신할 수 없었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는 호황이라서, 불황일 때는 불황이라서 겁이 났다.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성향 따라 말이 달랐다. 그렇다고 내 주변 신뢰 가는 부동산 부자들도 없었다.


결국은 내 마음의 소리를 따라갔다. 내가 집을 산 시점은  '마음이 가장 동했을 때'였다.


집을 사고 나자, 나는 전에 없던 사람이 되었다.

집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만든 '존재'이다.

천상 밖순이인 줄 알았는데, 만남을 귀찮아하고 약속도 잘 미루는 사람이었다.

또, 스무 살부터 줄곧 느껴온 이방인 느낌과 드디어 작별했다.

집 안팎으로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내 오감이 열리고 관계성이 확장됐다.


가끔은 집이 1층 한정 퀘스트를 던지며

'어이, 집주인 양반. 이거 해보시지?'라고 말을 거는 것 같다.

그래서 나를 다음 레벨로 가도록 부추기는 역동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공간은 더 넓어졌지만 외로움은 줄어들었다.

딱 좋은 크기에 딱 좋은 가전들, 딱 좋은 여백이 있다.

나에게 맞춤 인테리어했기에 가능하다.

오로지 나를 위한 공간이다.

미혼인 상태로 집을 사면
내 인생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잘 살고 있다.
불운과 행운이 교차하는 당신의 삶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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