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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맹드 Mar 23. 2023

욕실 - 그래 바로 이거야

신축보다 구축 올수리(4)

"고객님 댁은 구축인데도 욕실 길이가 긴 편이에요. 이건 좋네요."


그렇다. 우리 집에도 이쁜 점은 있었다.

안방에 세컨드 화장실이 없는 대신, 하나 있는 화장실이 좀 넓게 나온 것이었다.


가로가 2m가 넘어, 원하면 조적 욕조 가능했다. 하지만 나는 욕조파보다는 샤워파였다.

샤워부스를 어떤 형태로 만들지 머릿속으로 여러 번 상상했다.


업체에서는 저렴하고 관리가 무난한 유리 칸막이를 추천했다.

하지만 나는 유리소재가 주는 차갑고 예리한 정서가 싫었다.

뿐만 아니라, 오피스텔 살던 시절이 상기될 것 같았다. 내 집에서만은 다른 소재를 써보고 싶었다.


유리 대신 타일로 부스 벽을 만들었다.
그 덕에 음각 선반을 구현했다.
마음에 쏙 든다.

욕실 전체를 가로 세로 60cm의 베이지색 정사각형 타일로 시공하기로 했다.

타일로 벽을 쌓아 올려 부스 구조를 구현했고, 그 덕에 벽 안쪽 면에 음각 선반을 낼 수 있었다.

부스 밖에선 물건이 보이지 않지만, 부스 안에선 샤워용품들이 보기 좋게 자리하는 형태였다.


세면대클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가로 46cm반다리 일체형 세면대를 설치했다. 곡선 세면대에 비해 단순한 직사각 형태라 마음에 들었다.


양변기도 크기가 작은 물탱크 일체형으로 선택했다.

일반적인 양변기는 투피스 형태이지만 일체형 양변기는 원피스라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든다. 또한, 터치형 리모컨이 있어, 물리적으로 레버를 누르지 않아도 된다.


수전은 모두 무광블랙으로 통일했다.

보편적으로 많이 선택하는 유광실버로 마음이 기울었다가, '내 집이니까 내 느낌 가는 대로' 선택했다.

혹시 나중에 칠이 벗겨지더라도 새 상품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베이지색 타일에 블랙 수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설정없는 샤워부스

20년 간 세입자로 살면서, 욕실에서 내 입맛대로 바꿀 수 있는 건 샴푸향과 치약 정도였다.

변기도 세면대도 샤워부스도 모두 주어진 대로 사용했다.

디자인도, 기능도 그렇게 다양한 제품이 있는지 미처 몰랐다.


그래서 오히려 시공 후에 만족도가 더 높아진 공간이다.

업체의 세심함 덕에, 나 혼자서는 그려내지 못했던 욕실의 세련됨이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그 욕실의 세계가 이제 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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