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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맹드 Mar 23. 2023

도서관은 약국

1인 가구의 보통날(2/3)

     TV보다 책 보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을 존경한다. 매달 1권씩 읽자는 새해의 각오는 사라진 지 오래다.

휴.. 내 뇌가 군것질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어떡해. 유튜브가 더 재밌는걸.


     나는 다독가도 아니고, 책을 모으는 수집가도 아니다. 부끄럽지만, 끝까지 다 읽은 책도 몇 권 안 된다.

그래서인지, 완독 한 책은 나에게 더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책을 완독 했다는 것은 내가 그 작가의 세계관을 동의하고 지지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연간 몇 권을 읽겠다는 수량목표 대신,
좋은 작가를 발견하겠다는 방향목표를 세웠다.

다독하겠다는 욕심 버리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최고 중의 최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책은 나에게 멘탈회복의 수단이다.

인간관계에 위기가 찾아오거나, 사랑했던 이와 이별을 하거나, 좀처럼 불안이 사라지지 않을 때. 책만큼 내가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존재도 없다. 그런 시기에는 잠자는 시간을 아껴 글들을 읽어제낀다.

활자중독자처럼 게걸스럽게 읽어치운다.


그렇게 공격적으로 책들을 읽고 나면, 끝없이 추락하던 내 마음에 작은 날개가 달린다. 낙하 속도가 서서히 줄어든다.

좌절모드를 끝내고 주체성을 복한다.


그래서 난 도서관에서 건강하고 씩씩한 대출자는 아닐 거다.  환자 같은 대출자일 거다.

도서관은 그런 나를 받아주는 안식처다.
이곳에서 구원받으리라는 경험적 믿음이 있다.
내겐 도서관이 약국이고, 책이 후시딘이다.




그래서 도서관 책은 내가 소장하지 않더라도 내 것처럼 소중하다.

내 물건은 아니지만,
내 편이라는 확신이 있다.


조금은 낡고 때 묻은 그 물건이 여전히 제기능을 하며, 오늘도 누군가를 위로해 주기 위해 제 자리에서 말없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좋다.

가격표 대신 오래된 고유번호써붙인 채 말이다.


쾌적하고 광활한 신식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오래된 도서관 특유의 그 아늑함과 안락함을 사랑한다.

책에 살며시 앉은 먼지가 가끔은 낭만적으로까지 느껴진다. 높은 책장은 깊은 우주 같다.


책방에서 검색한 책이 '재고 없음'으로 뜨면 김이 새지만, 도서관에서 '대출 중'이라는 표시가 뜨면 관대해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대출자와 묘한 유대감마저 느껴진다.


'우리. 같군요.'



가을 날 완독한 책 <문버드>,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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