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도 인생이라(3)
내 친구 C는 맥주 안주로 늘 '치킨무'를 먹는다.
치킨을 시켰다가 무는 따로 보관해둔다.
그녀의 신박함에 충격받았다.
치킨무를 치킨에 딸려오는 한낯 무료음식으로 취급하지 않는 그 방식에.
하기사,
치킨무가 치킨 없이 따로 먹는다고
무맛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치킨에 닭다리 하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치킨무는 혼자서도 당당한 치킨무였다.
그거 아시나요 다들?
편의점에 가면 치킨무를 천원에 따로 판다는 것을.
사이드메뉴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겐 당당한 본식메뉴였다.
치킨무의 정체성은 왠지 배달되는 치킨에 종속되어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형식일 뿐 본질이 아니었다.
치킨무의 본질은 상대성이다. 치킨을 먹을 때는 사이드메뉴답게, 따로 먹을 때는 본식메뉴답게가 가능하다.
치킨무의 특징은 이렇다.
첫째, 치킨 배달할 때 무가 빠진다고 해서 치킨이 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즉, 치킨의 정체성은 보존된다.
둘째, 치킨 배달할 때 무만 오지는 않는다. 즉, 치킨을 시켜야 무가 온다. 즉, 치킨과 무는 주종관계다.
셋째, 치킨 말고 무만 원할 때, 편의점 같은 다른 방식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즉, 무는 치킨과 식별되는 독립적인 형체(법인격)를 가지고 있다.
고로, 치킨은 치킨무를 인수한 셈이다.
치킨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 치킨장사를 한다면 치킨무 대신 할라피뇨를 집어넣을 거 같다. 즉, 치킨무를 배달치킨 영역에서 빼버리고(지분매각), 할라피뇨를 사올테다(지분인수).
치킨에서 치킨무를 분리하는 것은 쉽다.
치킨과 치킨무는 상호 간 정체성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형식만 변경하면 된다.
주종관계를 끊으면 된다.
이는, 육개장에서 사골곰탕을 분리하는 것과 다르다. 육개장과 사골곰탕이 합쳐진 후에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물론, 화학 추출 방식-이 있다면-을 통해 이론적이고 과학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그 정도로 쉽지 않은 개념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합병했다가 분할하는 작업은 수행할 수 있으나, 합병 전과 동일해지진 않는다.
인수와 합병. 합병과 인수.
엠엔에이(M&A)라고 하면 왠지 여의도 금융권 사람들에게나 친숙한 개념이라고 생각했는데, 음식에 비유하니 그럴듯하지 않은가?
각자의 음식 조합 철학을 살펴보자.
완전히 하나가 되는 '합병'을 좋아하는지,
따로 또 같이인 '인수와 매각'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