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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럼 제가 명찰을 달고 있을까요?

어리석은 결혼은 하기 싫었다.

by 기맹드

그를 처음 만난 건, 마지막 연애를 끝내고 1년이 지났을 때였다.

혼자 살겠다고 집도 샀었는데, 왜 연애를 해서 마음을 시끄럽게 했을까. 괜한 자책감 마저 드는 때였다.

그러던 중에 지인들로부터 소개팅은 간간히 들어왔었다.

하지만, 나는 1인 가구의 길을 저벅저벅 잘 걸어가고 있다고 호탕하게 웃으며 친절히 거절해왔다.


그러다가 이모가, 먼 친척의 소개라며 만남의 의사를 물어왔다.


"지방에 사는데, 덩치도 듬직하니 크고,

성격도 서글서글하대.

그냥 편하게 한 번 만나고 와봐."


이모에게 스무살 이후로 진 빚이 많은 나는, 엄마의 부탁은 거절해도, 이모의 부탁은 곧잘 거절하지 못했다.

망설이다가 하겠다고 했다.


"알았어. 만나고 와볼게.
근데 멀쩡한 사람 맞아?"


미친놈 도장깨기 하듯 온갖 종류의 잘난 악인은 많이 만나봤던 터라, 도무지 30~40대의 남자는 믿을 수가 없었다.



첫 대면을 앞둔 남녀가 주고받는 온라인 대화는 예의바르지만 유쾌하게 흘러간다.

우리 또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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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압니다' 혹은 '괜찮아요. 대강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답이 올 줄 알았는데, 저토록 재치넘치는 답변을 한다는건 평소에도 말빨이 좀 있다는 얘기인데...

'좀 귀엽네?' 라는 생각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그리고 2주 뒤. 첫만남의 날이 당도했다.

초여름의 오후 햇살이 6시를 기해 기분좋게 늘어지던, 5월의 어느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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