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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천안댁이 되다(2)

어리석은 결혼은 하기 싫었다.

by 기맹드
"내가 서울로 이사 가자는 게 아니잖아요!"


집안일도 함께 하고,

출퇴근도 힘든 내색 없이 다 해냈는데,

일순간 터져버린 나의 눈물에

T도 아마 놀랬을 것이다.


그래서 T는 '아내가 저렇게까지 힘들어하면

이사 가는 게 맞다'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근데 내가 진짜 원한 것은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이곳에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낙관이었다.


왜냐면 신혼 초,

나는 생각보다 많이 두려웠다.



첫째는,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과연 내가 만족하며 잘 살 수 있을

자신할 수 없었다.

'시간 지나면 알아서 되겠지' 싶다가도

'정말 나 괜찮을까?'라는 생각에 두려웠다.


둘째는,

'기혼여성으로서의 삶 - 임출육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과제들 - 을

내가 과연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불이익이나 일방적 희생으로

주체적인 내 삶이 없어질 일은 없을까?'라는 우려가 있었다.

비혼이었다가 기혼으로 넘어온 자의 솔직한 심경.


셋째는,

'이렇게까지 출퇴근이 힘든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막막함.

'천안에서 개업한다'는 대은 더 막막했다.


이런 것들이 당시 날 불안하게 했고,

공격적으로 만들었다.


T는

내가 상처 주는 말 하는데 소질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살림을 합친 지 얼마 안돼

벌써부터 이런 갈등이 생기는 건

원치 않았을 것이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생각했다.


'내가 요새 어떤지,

뭐가 불안한지 얘기하자.'

'다 참고 견디겠다는
어른스러움 따윈 던져버리자.'


나는 여과 없이 이야기했고,

T는 그런 나를 안타까워하고

미리 알아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했다.

역시 뭐든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는 모르는 법.

그날 이후로 우리는

더 자주 데이트하고 소통했다.


"살다보면 천천히 적응 될거에요.
결혼생활은 나도 낯설지만
우리 둘이면 뭐든 잘 되지 않을까?"



감출 필요가 없었다.

강한 척하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T에게 환영받는 존재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렇게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 나는

6개월 뒤 천안시의 구청에서 혼인신고를 치렀고

비로소 진정한 천안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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