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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by Bwriter Aug 10. 2020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연쇄살인범 김병수. 당신의 지금이 당신 인생을 통틀어 가장 아픈 고통일까?


살인을 끊은지 25년이 되었으나 이제는 죽여야만 하는 인간이 하나 생겼다. 당신의 딸 은희를 죽이려는 자. 그를 당신의 손으로 먼저 죽여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짐하고 실행에 옮기려하지만 뜻처럼 되질 않는다. 그놈의 치매 때문에.


은희를 누가 죽였을까? 네 놈이 죽였을까, 내가 죽였을까? 난 아닌데. 난 내 딸을 죽이지 않았는데. 글쎄? 치매환자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치매로 인한 김병수의 답답함에서 치매를 앓던 우리 나여사, 내 할머니가 떠올랐다. 할머니도 이렇게나 답답했을까? 그랬겠지? 했던말 또 하고, 물어본거 또 물어보고. 의심하고 숨기고. 기억못해서 싸우게 되고. (치매환자랑 싸우는게 제일 웃긴상황이고 어리석은 순간이 된다.) 난 왜 할머니한테 더 친절하지 못했을까, 왜 더 상냥하게 설명하지 못했을까. 이렇게나 답답했을텐데.


김영하 작가의 책은 처음 읽었기 때문에 그의 모든 글이 이렇게 담백하고 정갈한지는 모른다. 김영하 작가가 번역한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을 때도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 책의 느낌과 그것과는 다르다.


처음에는 흥미진진하다는 느낌이라고 해도되나? 싶을 만큼 모호했었다. 궁금증으로 글에 끌려가는데 긴박한 느낌이라든가, 초조해서 다음 문장 읽는게 긴장된다는 느낌이 없는데 자꾸만 글에 끌려갔고, 그 상황에 끌려갔다. '그래서? 뭐가 진짜라는거야?'






김병수, 당신이 기억을 잡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게 치매지.


할머니가 겪었던 고통이 이랬을까? 이랬겠지? 할머니도 죽도록 기억하고 싶었겠지? 내가 겪어보지 않는 이상 할머니의 고통을 모를테고, 내가 그 고통을 겪게 되면 기억을 지속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또 모르겠지. 아이러니하네.


이 책의 결론은 결국 김병수가 은희를 죽였고, 죽인 은희는 자신의 딸이 아닌 요양보호사였으며, 은희를 죽이려 한다고 생각한 그놈은 경찰이었다...이 결론에서 나는 다시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게 진짜일까?

김병수의 치매로 인한 혼돈이 아닐까?


이게 이 책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짧고 간결한 문장과 빠른전개. 거추장스러운 것은 다 걷어낸 듯한 홀가분이 오히려 이 책의 내용을 묵직하게 채워주고 있다.


가족중에 치매환자가 있다면 이 책으로 인해 자기반성의 시간도 갖게 될 수 있다. 나처럼.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우리는 죽음에 대한 근심으로 삶을 엉망으로 만들고 삶에 대한 걱정 때문에 죽음을 망쳐버린다."
"늙어야 보이는 게 있더라고."
미래라는 것이 없으면 과거도 그 의미가 없을 것만 같다.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무심코 외우던 반야심경의 구절이 이제 와 닿는다. 침대 위에서 내내 읊조린다.
"그러므로 공空 가운데에는 물질도 없고 느낌과 생각과 의지작용과 의식도 없으며,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도 없으며, 형체와 소리, 냄새와 맛과 감촉과 의식의 대상도 없으며, 눈의 경계도 없고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으며, 무명도 없고 또한 무명이 다함도 없으며, 늙고 죽음이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으며,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없어짐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없으며, 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느니라."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2020.07.16 - 2020.08.07]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사람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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