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빠는 일터로 아이들은 학교로 학원으로 뿔뿔이 흩어져 하루를 보내다가 저녁에 잠깐 만나서 숙제나 준비물 정도만 확인하고 각자 또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는 현실. 바쁜 현실에서 이 편지공책은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더 깊이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 주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부모님을 생각하며 감사의 마음, 사랑의 마음, 서운했던 마음들을 연필로 꾹꾹 눌러쓰기 시작했고, 부모님의 답장을 기다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일이 바빠서 피곤해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했던 엄마 아빠도 아이들의 진심 어린 편지를 받고 사랑의 표현을 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
특별히 일회성에 그치는 편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주고받으며 대화와 소통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사랑과 공감을 받은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다른 사람과 더욱 원활하게 소통하고 공감해주는 방향으로 성장해 간다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게 되었다.
이렇게 편지공책은 아이들과 그 가족에게 의미 있는 소통과 공감의 매개체가 되어주었다. 아래는 몇몇의 사례를 소개한다.
1. ‘욱’하던 똘똘이
똘똘이는 평소 교실 수업 활동 시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 발표하기를 좋아했다. 또래 친구들 중에서 지식과 상식이 풍부한 편이었고,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친구들에게 가르쳐주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모둠활동이나 놀이 활동 시 자기주장이 강하여 자기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쉽게 화를 냈고, 예민하고 다소 신경질적인 성격으로 화가 나면 신체적인 폭력을 가하는 등 친구들과 다툼이 잦았다.
편지공책을 활용하기 전에 소통지수는 평균 54점이었던 아이가 편지공책을 활용한 후에 평균 82점으로 향상되었다. 학교모둠활동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고, 놀이 활동 시 친구들과 함께 규칙을 정하여 즐겁게 놀이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종종 화를 낼 때도 있지만 화가 날 때 잠깐 참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폭력을 사용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줄었다.
2. 무기력했던 소심쟁이
소심쟁이는 전학생으로 새로운 학교와 친구들에게 적응하기를 어려워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학습 활동 시 소극적이며 발표를 전혀 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학습활동에 흥미가 없는 편이며 학습 결과물도 미흡했다. 모둠 활동을 해야 할 때 혼자 엎드려 있는 경우가 많았고, 역할 놀이 등의 학습 활동에서 아무 역할도 맡지 않으려고 했다. 부모님과 주고받는 편지공책에 쓸 말이 없다며 엎드려 있기만 하고 쓰지 않으려고 했다.
편지공책 활용 전 소통지수는 평균 46점이었다. 6개월 동안 편지공책을 한 후에 소통지수는 무려 평균 92점이었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엎드려 있는 모습이 눈에 띄게 줄었고, 학교생활에 차차 적응하면서 모둠활동에도 조금씩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습 활동 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시간에 손을 들고 발표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쉬는 시간에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지공책 쓰기를 즐거워하며 답장받은 것을 교사에게 자랑하고 싶어 했다.
3. 자신감 없던 부끄럼쟁이
부끄럼쟁이는 주어진 학습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하며, 교사의 지시나 권유에 잘 따르는 편이었다. 친구들과의 놀이 활동 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고 친구들의 의견대로 따랐다.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고, 수업시간에 손을 들고 발표하는 일이 없었다. 모둠 활동을 할 때 자신의 의견을 잘 말하지 않았고, 마음이 약하고 눈물이 많아 사소한 일에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우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편지공책을 하기 전 소통지수는 평균 50점이었다. 이후 소통지수는 78점이었다. 모둠활동에 조금씩 참여하며 의견을 내는 모습을 보였고, 엄마가 써준 편지를 교사에게 가지고 와서 보여주며 행복해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놀기를 권하기도 했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시간에 작은 목소리지만 손을 들고 발표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학교에서 우는 모습이 눈에 띄게 줄었다.
4. 고집 세던 순수소녀
순수소녀는 친구들과 함께 놀기보다는 혼자 그림을 그려서 교사에게 선물하기를 좋아했다. 규칙이나 질서를 지키는 것을 어려워하며 하고 싶은 대로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친구를 종종 놀리며 자기를 놀리는 친구를 교사에게 자주 이르는 편이었고, 수업시간 중에 앞으로 나와서 화장실이나 보건실을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모둠 활동을 할 때 친구들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며,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표현하지 못하고 큰소리로 울면서 말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편지공책을 하기 전 소통지수는 평균 62점이었다. 이후 소통지수는 74점으로 12점 향상되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보드게임 등의 놀이를 즐기고, 교사에게 친구를 이르는 일이 줄으며 친구들과 다툼이 적어졌다. 수업 시간에 화장실을 갈 때는 자기 자리에서 손을 들고 말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보였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때 천천히 생각하여 알맞은 이유를 들어가며 말하는 모습을 보였다. 울면서 큰소리로 고집을 부리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고 울음을 참으며 차분히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
5. 낯설고 어색했던 새 친구
새 친구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의 결정으로 학급 이동되어 2학기에 새로 입급하게 된 학생이었다. 새 친구는 새로운 학급의 교사와 친구들에게 적응하기를 어려워하며 소심한 모습을 보였고, 학습 활동 시 소극적이며 발표를 전혀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학습활동에 흥미가 없는 편이며 학습 결과물도 미흡했다. 모둠 활동을 할 때 혼자 학용품을 가지고 놀거나 딴청을 피우는 경우가 많았고,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의 보드게임에서 정한 규칙을 가볍게 여기며 자기만의 규칙을 정해 친구들과 놀이를 함께 하기 어려우며 잦은 다툼을 일으켰다. 부모님께 편지쓰기 활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며 쓸 내용을 떠올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편지공책을 하기 전 소통지수는 평균 26점이었으나, 이후 78점으로 무려 52점이나 향상되었다. 새 친구는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려고 손을 드는 모습을 보였고, 새로운 학급에서의 학교생활에 차차 적응하면서 모둠활동에도 조금씩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러 가지 학습 활동을 할 때, 잘하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해보려는 모습을 보였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놀이를 할 때 규칙을 지키려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부모님께 편지쓰기 활동 시 쓸 내용을 생각하여 글과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부모님께 받은 답장을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교사에게 보여주려고 했다.
by 배태훈, 박종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