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공책을 마무리하면서 편지공책이 부모와의 소통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학생들에게 4가지 문항의 질문을 했다. 1문항 ‘하루에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한다’는 68점에서 80.8점으로 12.8점 향상되었다. 2문항 ‘부모님이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신다’는 64점에서 81.6점으로 17.6점 향상되었다. 3문항 ‘부모님께 내 이야기를 잘한다’는 56.8점에서 78.4점으로 21.6점으로 향상되었다. 4문항 ‘부모님이 내 마음을 잘 알아주신다’는 64.8점에서 92점으로 27.2점으로 향상되었다. 부모와의 소통에 관한 문항들이 전체적인 향상을 보였으며, 특히 4문항 ‘부모님이 내 마음을 잘 알아주신다’의 큰 향상을 볼 수 있다. 이는 ‘편지공책’의 활용으로 평소에 잘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큰 공감과 이해를 받게 된 것으로 보였다.
편지공책을 통해 자녀와 소통의 변화를 경험한 부모들은 아래와 같은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해주지 못했는데, 편지공책을 통해서 아이를 더 깊이 이해하고 부모 된 저의 마음도 표현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A 학부모)
“아이의 학교생활이나 친구관계 등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편지공책 덕분에 아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써나가면 행복한 가정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B 학부모)
엄마와 아빠는 일터로,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으로 서로 바쁜 생활 속에서 마주 보고 앉아 대화할 시간이 없다. 그나마 하는 짧은 대화는 ‘숙제했니?’, ‘ 공부해라.’ 같은 명령과 잔소리에 그치게 된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다. 학교에서 친구와 있었던 일, 선생님께 칭찬받은 일, 엄마 아빠에게 부탁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그저 마음속에만 머물다 사라져 버린다. 일에 지치고 휴식이 필요한 부모님은 들어줄 시간과 여유가 없다. 어느 날 아이가 학교에서 편지공책이라는 걸 들고 왔다. 그러고는 아빠에게 쓱~ 내밀며 “아빠, 이거... 답장 써주세요.” 직장에서 퇴근하고 피곤한 아빠는 아이가 잠든 시간에 편지공책을 슬쩍 들여다본다. 그러고는 졸린 눈을 비비며 아이에게 정성스럽게 답장을 써 내려간다. 아빠의 답장을 받은 아이는 뛸 듯이 기뻐한다. 아빠의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사랑과 행복을 느낀 아이는 신나게 가방을 둘러메고 학교에 간다.
‘엄마 아빠랑 주고받는 편지공책’이라는 공책 한 권을 통해 가정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바빠도 아이의 편지에는 꼬박꼬박 답장을 써주는 부모님. 고사리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공책을 식탁 위에 슬쩍 올려두고 답장을 기다리며 행복해하는 자녀. 그 속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 사랑이 싹터간다.
아침에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던 때가 있었다. 아이들의 잦은 다툼과 해결해야 할 산적한 문제들을 생각하면 교문으로 향하는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아무리 타일러도 변화되지 않는 아이들, 내 자녀의 이야기만 듣고 찾아와서 언성을 높이는 학부모들, 해가 갈수록 더욱 늘어만 가는 학교폭력에 관한 소식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처음 교단에 섰던 큰 꿈과 포부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그저 하루하루, 한 해 한 해가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라던 날도 있었다.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저는 다시 꿈과 희망을 보았다. 학교와 가정이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편지공책을 써달라고 하면 학부모들이 귀찮아하진 않을까?’ ‘아이들이 편지를 통해 자기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한두 번 쓰고 마는 숙제처럼 여기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고민들을 가지고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저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은 부모님과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부모님의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고, 이것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생활하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학교와 가정이 함께 해야만 진정한 교육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다. 그러나 단순히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님들의 깊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하거나 수시로 학부모 상담을 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협력의 관계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 해가 다 지나가도록 한 번도 만나거나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학부모님도 있다.
가정에서는 불행한데 학교에서 행복한 학생, 학교에서는 불행하지만 가정에서는 행복한 자녀는 존재할 수 없다. 편지공책은 가정에서 부모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었고, 가정에서 사랑받고 공감 받게 된 아이들은 학교에 와서 더 이상 친구를 괴롭히지 않게 되었다.
by 배태훈, 박종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