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 04
하늘이 파란 날은 하늘 구경을 하는 게 재미다. 몽실몽실한 구름이 유난히 많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일부러 고개를 들어서 여기저기 퍼진 구름에서 모양을 찾는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건 모양이 있는 구름들이라기보다는 구름에서 모양을 찾는 일인 것 같다. 지나가는 구름을 붙잡고 악어모양, 기차모양, 식빵모양, 이런 것들을 찾는다.
구름은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그 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악어나 기차나 식빵이 아니게 된다. 그래서 내가 찾아내는 모양 있는 구름들은 그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만 알아챌 수 있고 그마저도 조금 지나가면 알아볼 수 없게 된다. 저기 봐, 저 구름 강아지 같지? 저기가 코고 저기가 꼬리야. 뛰어가고 있어. 이런 설명이 다 끝나갈 때쯤 꼬리가 떨어져 나가고 코가 찌그러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가 지나가기 전에 얼른 사진을 찍어 두면 신기하게도 언제 보든 그 사진 속 구름은 악어고 기차고 식빵이다.
그렇게 내가 찾아낸 구름을 설명해주다 보면 남편은, 그러네, 그 옆에는 꼭 달팽이 같네. 한다. 그리고 좀 지나면 달팽이가 없어졌네, 이제 달팽이가 아니고 뱀이 됐다, 이렇게 되는데, 그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문득 마음 놓일 때가 있다. 우리가 같이 보고 있던 하늘이 작은 동물원이 되기도 하고 그 동물원이 흘러가 버리기도 할 때. 그렇게 다 흘러가지만 우리는 꼭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흘러가는 다른 것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처럼 조금 아쉽고 쓸쓸하기도 하다.
나는 이 구름 찾는 일이 꽤 재미있어서 아이를 낳으면 날씨 좋은 날 구름 구경을 자주 하고 싶다. 내가 찾아낸 구름을 설명하면 아이는 그게 어떻게 강아지냐며 다소 냉철한 판단을 내려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이왕이면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는 여유를 오래오래 안고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