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 06
차를 타고 지방도로를 지날 때, 시골의 들판에서 하늘을 올려다볼 때, 지나가는 새떼와 만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커다란 브이 자를 그리는 한 무리의 비행을 보고 있는 걸 좋아한다. 따뜻한 곳을 향하는 여정의 일부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내 목표도 그렇게 그냥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일은 언제까지 하지, 물경력이 된 것 같은데 어쩌지, 이직은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지, 이사를 어디로 가야 하지, 애는 언제 낳아서 어디서 키워야 하지, 애를 키우면서 일할 수 있을까, 돈은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대신해서.
동물과 자연의 세계는 정말 명료해서 그날의 생존을 위해 살고 때가 되면 떠나가고 때가 되면 가족을 늘리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사람의 삶도 가까이서 볼 땐 온통 복잡한 것 투성이지만 멀리서 보면 그저 때가 되면 이루어지는 단순한 일일지도 모른다. 근데 그 속에 콕 들어가 겪어내는 일은 어찌나 골치가 아픈지, 그저 새떼처럼 때에 따라 정해진 길을 훌훌 날고 싶어 지는 것이다.
힘들면 옆자리의 새와 자리를 바꿔주고, 또 바꿔주며 우리 무리가 지치지 않고, 낙오하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목적인 여정이다. 나에게도 누군가 그런 무리가 되어줄까.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지쳤니, 물어봐주는 무리가 있을까. 그리고 나도 그런 무리가 되어 우리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달하고, 다음 목표를 차곡차곡 준비해 나가는 묵묵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먼 길을 떠나는 새의 무리를 올려다볼 때 나는 이상한 안정과 불안을 느끼며 내가 나아가야 할 경로를 상상해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