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 08
어릴 적 아빠는 가족을 데리고 여름휴가로 캠핑을 갔다. 바닷가나 계곡이 가까운 산속에서 낮에는 낚시를 하고 해가 지기 전에 텐트를 쳤다. 바람 넣은 에어매트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자면, 폴리 텐트의 우산처럼 눅눅하고 시린 냄새가 났다. 저녁에 라면 같은 걸 먹을 때 한쪽에서 장작불을 지펴놓았는데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와 옷이나 의자에 밴 불냄새에 안겨 잠이 들었다.
결혼 후에 남편과 텐트 하나를 장만했다. 35만 원짜리 중고 텐트와 의자, 테이블, 화로 정도만 마련하고 집에 있던 가정용 매트와 전기장판, 침구와 가스버너를 챙겨 우여곡절 첫 캠핑을 떠났고 2년이 넘도록 한 달에 한번 주말에는 캠핑장을 찾고 있다.
장작불을 피우고 타는 불을 구경하는 것. 다 잡아먹을 것처럼 커다랗던 불길이 우물정자로 쌓은 장작을 주저앉히고, 점점 작아져 잿더미를 만드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저마다의 마음속에는 어떤 불씨가 있다고 하는데, 내 불씨는 언제 그렇게 활활 타오르고 언제 사그라들었는지. 언제 다시 새 장작을 받아 무섭게 불타오르고 어떻게 또 잿더미 속에서 힘겹게 뻐끔거리고 있는지. 남은 날들 동안 몇 번이나 다시 타오르고 꺼지기를 반복할지 생각한다. 타닥타닥, 규칙 없이 다정하게 토닥이는듯한 잔잔한 소리를 들으며. 나는 너무 큰 불을 감당할 수 없으니 작은 불을 근근이 지펴나가는 화로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