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 09
마음이 복잡하거나 우울할 때, 사람들은 청소를 하라고 말한다. 몸을 분주히 움직이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성취감이 생긴다고. 그래서 그다음엔 더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게 된다고. 나는 그 말에 동의하고 실제로 자주 효과를 본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유리 닦기이다.
나는 유리를 닦을 때 딱 두 가지만 준비한다. 젖은 수건과 마른 수건이다. 젖은 수건은 물기를 꽉 짜 준비하고 마른 수건은 금세 축축해지니까 이리저리 접어 계속해서 마른 부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젖은 수건을 뒤집어가며 오염물을 닦고 유리에 촘촘히 붙은 작은 물방울은 마르기 전에 마른 수건으로 훔친다. 그러면 그 작은 물방울은 더더욱 작은 물방울로 흩어져 유리에 펼쳐져 있다 곧 증발해 날아간다. 그러고 나서 반대편도 그렇게 닦아내면 정말 아무것도 묻지 않은 투명하고 반짝거리는 유리가 된다.
조금만 딴짓을 하면 유리에 남은 물방울은 금방 하얀 물자국이 된다. 모든 얼룩은 즉시 닦지 않으면 흔적을 만든다. 그 얼룩은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며 성의 있게 지워야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깨끗하게 지워지거나 혹은 영영 지울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나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나는 한밤중에도 충동적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 샤워부스의 유리를 닦을 때가 있다. 아무 소음도 냄새도 도움도 없이, 혼자 유리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저 내 왼손의 젖은 수건이 물때를 잘 없앴는지, 오른손의 마른 수건이 젖은 수건의 물방울을 잘 흡수하고 흩어놓고 있는지, 그리고 그 물방울은 깨끗이 날아가고 있는지. 그것만 집중하고 손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내 머릿속도 그 유리면처럼 깨끗이 비어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