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 07
나는 30년을 살면서 한 번도 말라본 적이 없는, 표준체중에 속하지만 지방이 많아 비만에 속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 비해 아주 살이 잘 찌는 취향과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빠르게 먹음, 많이 씹지 않음, 달고 짠 음식 좋아함, 간식을 좋아함, 밀가루를 좋아함, 국물을 좋아함, 튀긴 음식을 좋아함, 이런 것들이 모여 살찌는 나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음식 취향은 또 내 행복을 차지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포기하기도 어렵다.
내가 가장 살이 올랐을 때가 초등학교 2~3학년 때였는데, 그때 내가 방앗간처럼 들르던 곳이 몇 곳 있었다. 학교와 집 중간에 위치한 구멍가게, 집과 미술학원 사이에 위치한 떡볶이 노점과 만두가게가 그 주인공이다. 하굣길이면 꼭 주머니 속 동전을 헤아리며 들어가곤 했던 구멍가게에서 한동안 즐겨 먹었던 게 바로 고구마양갱이었다.
손바닥만 한 길쭉한 상자 안에 스틱형으로 포장된 양갱이 두 개 들어있던 그 제품은 지금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스틱 하나를 꺼내 절취선을 따라 뜯고, 입에 물어 아랫부분을 밀어 올리며 맛보는 그 끝도 없는 달콤함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조금씩만 깨물어 입안에서 뭉개며 한참을 굴려먹던 그 포근하고 달큼한 맛은 요즘도 가끔 생각이 난다.
어릴 때 좋아했던 음식들을 다 커서 다시 먹었을 때, 지금의 입맛에도 맞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피카츄돈가스가 그랬고, 문방구 닭강정과 새파란 슬러시도 그랬다. 어쩌면 그때의 그 맛은 추억으로만 남기고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아주 먹을 수 없게 된 추억의 먹거리들이 문득 생각날 때, 어렸던 내 손에 고구마양갱 하나 쥐면 세상이 즐겁고 든든했던 그날들의 나른한 공기와 조용한 바람냄새 같은 걸 추억하며 그것만으로 만족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