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강아지의 코

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 02

by 노루

나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다. 그런데 동물을 아주 좋아한다. 어릴 때 시골에 검둥이라는 진돗개가 한 마리 있었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순하고 외부인에게는 사나운 똑똑한 강아지였다. 그래서 나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어린이로 자라나 아직도 강아지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눈썹을 으쓱하며 티 나지 않게 혼자만의 인사를 건다.


유기견 산책 봉사를 다닌 적이 있었다. 처음 만난 강아지들과 한 시간 동안 산책을 다녀오는 게 미션이었다. 목적지는 근처에 위치한 공원이었지만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내가 처음 보는 강아지를 통제하기는 어려웠고 대부분 나는 공원이 아닌 센터 주변의 엉뚱한 골목에서 강아지와 함께 덩그러니 있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강아지들은 아무리 부르고 타일러도 내가 가자는 길로는 잘 가지 않았고 본인들의 뜻이 닿는 길로 걷기를 좋아했다.


유난히 불편해하는게 많았던 강아지 친구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센터를 나와서 100미터도 채 가지 못해 걸음을 우뚝 멈춰버리는 친구였다. 안는 걸 싫어하고 만지려고 하면 이를 드러내서 결국 나도 그 옆에 쭈그려 앉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스를 받아 헥헥거리며 그 시간을 버텼다. 그러는 동안 강아지는 배변을 해결하고 나는 그걸 치웠다.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하지 않으면 강아지는 얌전해졌다. 그 주변의 냄새를 맡기도 하고 내 쪽을 보기도 했다. 손을 내밀면 아주 가끔은 냄새를 맡아주었다. 그럴 때 가끔 코가 닿았다.


강아지들의 코는 촉촉하다. 아주 경계하며, 망설이며 그 코가 씰룩씰룩 다가온다. 그러다 내게 톡 닿는 코는 참 고맙고 예쁘다. 풀과 흙과 바람의 냄새를 마음껏 맡은 서늘하고 촉촉한 코. 얼마 전에는 동네에서 산책을 나온 강아지가 반바지를 입은 내 다리에 코를 통통 부딪히고 간 적이 있었다. 나는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사람도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나는 소심하고 내향적이라 더욱 그렇다. 나는 동물의 솔직함을 좋아한다. 꿍꿍이 없는 천진난만한 행동이 눈에 빤히 보일 때 그 친구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궁금한 사람에게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대뜸 들이대버리는 그 작고 까만 코는 언제나 반갑고 참 예쁘다. 세상 모든 강아지의 코를 환영한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1화지우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