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찬찬히 복기해 보자

문창과 졸업생의 직장생활 적응기 16

by 노루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내가 지금까지 지나친 누군가를 욕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사실 욕하고 싶었던 것은 나 자신에 가까웠다. 7년, 길다면 긴 시간인 건 모르겠지만 직장인으로 참 중요한 경력인 건 알겠다. 지나온 7년은 바람같이 빠르게 지나온 것 같았고, 매주 금요일이면 또 일주일이 참 빨랐다. 근데 화요일쯤 보면 이번 주는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지, 했었다.


작은 회사에서 7년이면 팀장을 거뜬히 달고도 남는다. 하지만 규모가 큰 회사라면 만년 막내로 머무를지도 모르겠다. 내 회사 생활은 어딘가 순탄치 않은 것만 같았다. 나는 그게 힘들었다. 앞으로 아기도 낳을 테고, 30년은 더 일해야 할 텐데, 도대체 내 앞날은 어떻게 되려고 이렇게 7년 일하는 것도 삐그덕거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되돌아보고 싶었다. 내가 사회에서 보냈던 7년을. 어딘가의 팀에서, 누군가의 아래에서 보내던 시간을. '회사용 마스크'를 장착하고 뭐가 그렇게 죄송하고 감사했던 그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었다.


쓰면서 깨달은 것들이 더 많았다. 그때 이랬음 어땠을까, 저랬음 어땠을까. 했던 건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이었다. 근데 지금은 좀 다른 생각이 든다. 아무리 지금 가정법을 늘어놔봤자 그때의 나는 결국 그렇게 행동하고 말았을 거라는 거다. 나는 그 당시의 내 상식선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고, 그게 잘못되었을 때는 그저 그 책임을 졌을 뿐이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두 번째 회사에서 퇴사한 이후에 한동안 프리랜서에 도전해 본 적이 있었다. 전혀 무관한 분야였다. 기술을 익혀 자격증을 따고 협회에서 받는 소일거리부터 시작해 점차 입지를 넓혀나가야 하는 일이었다. 교육에도 참여하고 준비물도 차곡차곡 준비했다. 회사에 다니기 싫었다. 사장님의 재촉을 피하며 입술을 뜯기도 싫었고, 매번 체할 것 같은 기분으로 점심을 먹기도 싫었다. 퇴근하는 버스에서 죽을병에 걸린 사람처럼 머리를 창에 기대고 한숨을 내쉬기도 싫었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마음으로 출근버스에 올라타기도 싫었다. 그렇게 하면 그걸 다 안 해도 될 줄 알았다.


근데 너무 막막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내 앞에 퀘스트가 주르륵 생겼다. 일단 연습을 하고, 실력을 높이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러면서 자격증 준비를 하고, 자격증을 따고, 그러고 더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공고가 뜨는 걸 보면서 괜찮아 보이는 곳에 지원을 할까. 끝없는 퀘스트가 펼쳐졌는데 그걸 하나씩 곱씹어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다음에는?


그 일이 좋아서 선택한 게 아니었다. 혼자 일할 수 있어서 선택했다. 어렵지 않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그러고 났더니 내가 무얼 위해 나아가야 하는지, 그 궁극적인 목표가 없었다. 그냥 오래오래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근데 그 목표를 아무도 몰랐다. 일은 돈 벌려고 하는 건 맞는데, 그런데 진짜 그게 다인 건가? 그럼 돈을 벌게 되면 그냥 계속 그것만 하면 되는 건가? 회사에서 절망을 연속으로 겪으며 잊고 있었지만, 사실 나는 성취감 중독자였다. 공동체생활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을 즐거워하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아니게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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