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과 졸업생의 직장생활 적응기 14
내 원래 퇴사 예정일은 6월이었다. 그런데 새 팀장님의 제안으로 12월까지 일하게 된 후, 언제부턴가 나는 이상한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주말에 남편과 심야영화를 보던 중, 산소가 부족한 것처럼 숨이 편히 쉬어지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더 많은 숨을 들이쉬기 위해 몸을 비틀며 애썼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소화가 안 되나 싶어 편의점에 들러 소화제를 사 먹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자꾸만 나는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고, 사무실 자리에서, 회의실에서, 집 소파에서, 침대 위에서, 시도 때도 없이 꿈틀거리며 있는 힘껏 숨을 끌어들여야 했다. 한참 그러다 보면 명치가 아파서 가슴을 싸매야 하는 건 덤이었다.
동네 내과에서는 폐 사진을 찍고, 사진상 문제가 없다고 했다. 주변의 큰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소견서를 써줬다. 나는 그걸 들고 대학병원 호흡기내과에서 폐기능검사를 하고 진료를 받았다. 대학병원은 처음이었는데 뭐 하나 하루 만에 끝나는 게 없었다. 기본검사를 하고는 추가검사 예약 일정을 잡고 진료 일정을 잡아야 했다. 진료를 보면 또 추가로 검사할 거리가 생겨 다른 일정을 잡아야 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내 폐는 너무 정상이라 소화기내과를 추천받았고, 또 소견서를 받아 소화기내과에서 같은 일정을 반복했다. 사실 병원을 다니면서 들어왔던 말이 있었다. 그것만은 아니길 바랐던,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데 심리적인 문제일 수 있으니 정신과를 가 보는 것도 좋겠다던 말이었다.
항상 병원에 갈 땐 반차를 썼다. 사실 업무 시간 중에 은행 볼일을 보거나 간단히 이발을 하고 오는 직원들도 있었기 때문에 말만 잘하면 점심시간을 포함해 연차 소진 없이 외출처럼 다녀올 수 있었겠지만, 휴대폰으로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휴가를 냈다. 병원 볼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꼭 커피를 한잔 마셨고, 낮의 길거리를 걸으며 햇빛을 쬐곤 했다. 그러면 그렇게 끝내고만 싶던 일상이 조금은 버틸만해졌다.
대학병원 정신과는 그 해 진료가 모두 마감이라 퇴사 이후에야 동네의 정신과를 찾아갈 수 있었다. 퇴사 후 처음 공식적(?)인 일정이라 조금 꿈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평일에도 거리엔 사람들이 많았고, 해가 환한 낮이었고, 겨울이었지만 춥지 않았다. 잔잔한 연주곡이 흘러나오는 정신과는 더 그랬고 설문지를 받아 체크하다가 나는 어쩌면 나아질 수 있겠다는 막연한 희망이 생겼다.
병원은 반년쯤 다녔다. 불안을 조절하는 약을 처방받아먹었고 4개월쯤 지나자 증상이 거의 없어졌다. 약 때문인지, 회사를 그만둬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는데, 원장님은 내게 증상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역시도 강박이 될 수 있다며, 결국은 이 증상과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그러려니 하며 의연하게 흘려보내는 태도가 필요할 거라고 말했다. 엄마는 내가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어쩔 줄 모르다가 약 복용을 말렸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니, 하고 물었다. 나도 알 수 없었다. 남들은 잘만 하는 회사 생활, 뭐가 그리 힘들다고 혼자 유난인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