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 20
인터넷으로 옷을 구경하다 말고 남편한테 사진을 보내준다. 이거랑 이거 중에 무슨 색이 나아? 남편은 별 고민도 없이 대답해 준다. 이거. 다음날쯤 묻는다. 옷 또 안 샀지? 그럼 나는 되물어본다. 어떻게 알았지?
나는 주로 인터넷으로 옷을 산다. 옷도 가방도 양말도 인터넷으로 많이 산다. 인터넷에는 비싸지 않은 물건들이 각양각색으로 준비되어 있어서 가격도 색깔도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도 비교할게 수십 가지는 된다.
내가 물건을 골라 장바구니에 넣으면 보통 옷 세 가지에 10만 원 남짓이 되는데 그중 하나는 정말 마음에 드는 옷, 하나는 없어서 사야 하는 옷, 하나는 그냥 배송비 없애려고 사는 언젠가 입을 기본적인 옷이다. 항상 그런 식이다. 한 시간쯤 어플을 뒤적여 옷을 그렇게 담아두고 나면, 다른 사이트에선 더 싸지 않나 싶어 다른 쪽에서 또 비슷하게 구색을 맞춰 장바구니를 채운다. 근데 그러다 보면 왠지 맥이 빠지는 것이다.
나 근데 이거 진짜 사야 되나? 그 생각이 들면 끝이다. 옷장을 가득 채워 넘쳐나는 옷, 사두고 잘 입지 않게 되는 옷, 주름이 심할 것 같은 장바구니 속의 옷(나는 다림질을 정말 못한다), 얼마 전에 산 비슷한 까만 바지 같은 게 생각나면 그땐 끝이다. 결제를 다 해놓고 취소하기도 하고 그냥 핸드폰을 꺼버리고 다른 일을 하기도 한다. 다음에 사지 뭐. 그래버리면 이제 지난 며칠 고민한 쇼핑 리스트는 안녕이다. 그러고 한동안 또 옷 살 생각을 잊고 산다. 항상 그렇게 애쓴 시간이 날아가버리지만 그래도 그렇게 안 사기로 결심해버리고 나면 다행이네, 싶다. 10만 원이나 아꼈다! 그럼 괜히 뿌듯해진다.
안 사도 되는데 기분 따라 사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사야 된다고 생각할 때 그냥 포기해 버리면 그건 사실 안 사도 되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땐 사야 하는 것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안 사도 되는 것이었던 것. 그게 계절마다 돌아오는 옷 사고 싶은 마음이고, 한번 쑥 밀어버리고 나면 또 괜찮아지는 마음이다. 어차피 진짜 자주 손 가는 옷은 새 옷이 아니니까. 사실 방금도 그 옷 살 기회를 잘 버렸다. 혼자 뿌듯해서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