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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바다 노을

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 21

by 노루

남편은 낚시를 좋아한다. 우리는 연애할 때부터 가끔 낚시를 같이 갔는데 나에게 낚시는 오랜만인 친구들과의 약속 같다. 한참 안 갈 땐 생각나고, 큰맘 먹고 약속을 잡지만 막상 날이 다가오면 귀찮고, 근데 또 가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남편은 고기 낚는 자체를 좋아하는 편이고 나는 바다구경을 좋아하는 편이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별 말도 없이 초릿대만 말끄러미 본다. 도통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이 없는 우리는 낚시 가는 날만 일찍 일어나는데, 물결은 아주 일정하게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주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찰랑이는 바다의 표면은 더없이 부드러워 보인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주변이 환하다. 아침이 오고 오전이 되고, 곧 점심이 되고 낮이 된다.


그렇게 하염없이 바다와 하늘을 번갈아 본다. 입질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데 나는 아무래도 별 상관이 없다. 그렇게 거대한 하늘과 커다란 바다를 몇 시간 동안 멀리 바라보고 있으면 요 며칠 복작복작하던 내 고민들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 내 마음은 그렇게 하릴없이 찰랑거리는, 부드럽고 부드러운 물결이 된다. 그리고 그 힘을 빌려 남편에게 토닥토닥 위로나 사과, 아끼는 마음 같은 것들을 건네볼 수도 있다.


나는 낚시를 좋아한다. 낚시 좋아하는 남편이 허리를 숙이고 미끼를 모습 뒤로 발갛게 노을이 흩어져 있을 때, 그 등에는 손을 올려주고 싶다. 그럴 땐 조금 알 수 없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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