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 28
재작년쯤 운동을 정말 열심히 배웠는데, 그때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은 외향 100%인 사람이었다. 일을 하지 않는 날이면 무조건 나가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맛있는 게 있는 곳을 일부러 찾아가거나 여행이나 캠핑을 가는 식이다. 나는 그 말에 공감하지 못했다. 집이 얼마나 좋은데, 쉬는 날 집을 만끽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다니..!
주말이면 나는 통과의례처럼 아침에 일어나 소파로 자리를 옮겨 뒹굴거리고, 끼니를 해결한 뒤에 또다시 소파에서 뒹굴거리고, 그러다 오후엔 낮잠을 시원하게 한번 자고 저녁을 맞는다. 그러면 비로소 주말이 시작된 느낌이다.
토요일 낮잠은 항상 커피를 앞에 두고 시작한다. 커피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식후 커피 한잔 마시는 시간이 가장 피곤하다. 식곤증과 혈당스파이크가 동시에 몰려오는 시간. 이기지 못하고 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기려고 애쓰지 않고 잔다. 주말에는 모든 것을 몸에 맡긴다. 평일동안 어떻게든 버티고 참고 견뎠던 몸이 주말엔 자유롭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그 와중에 분리수거라든가 청소 빨래 같은 자잘한 할 일들을 하는 것만으로도 꽤 뿌듯하다. 주말의 미션을 잘 끝냈다고.
주말 낮잠은 무섭게 빨려든다. 남편은 낮잠을 잘 자지 않아서 항상 배경음악으로 남편의 움직이는 소리를 듣게 된다. 게임방송이나 낚시 유튜브 보는 소리, 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드는 그 순간이 좋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무료한 순간들이다. 나른하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주말. 내가 정말 사랑하는 주말 오후 3시. 그렇게 깨어나고 나면 이제 진짜 주말을 즐겨볼까! 하는 없던 의욕이 생기는 순간이다. 낮잠은 어떤 고속충전 같아서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 잘 쉬었다, 그런 만족스러운 느낌이 들고 나면 왠지 그 소중한 주말과 다가올 한 주에 대해 잘 해내보자, 하고 다짐할 수 있게 된다. 그런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