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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고 Sep 12. 2022

커필로그 2

UK_LONDON, BRIGHTON & EDINBURGH

*아이스는 진정한 커피가 아니라는 의견도 많지만, 온종일 걷는 여행 뚜벅이임과 동시에 30-40도에 육박하는 영국과 이탈리아의 날씨로, 물을 찾는 연가시처럼 아아를 잃지 못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사실 런던은 커피와 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곳이다. 앞선 글 커필로그 1 (brunch.co.kr)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부족한 여행 스킬에 종일 걷기만 하느라 제대로 커피를 즐기지 못했을뿐더러, 정해둔 스케줄이 해결된 후 마음의 여유가 찾아오는 저녁 6시 이후엔 내가 있던 위치의 카페들이 대게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마음을 달래려 찾아본 유튜브에는 왜 이리 놓쳐버린 멋진 카페들이 즐비한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지. 아쉬움이 있으면 다시 그곳을 찾게 될 테니.


이 아쉬움과 기억을 더듬어 영국의 세 도시에서 만난 커피를 떠올려보았다(몇몇 테이크어웨이 커피는 기억 및 사진 증발로 제외). 사진첩을 열어보니 유독 카페의 사진이 모두 엉망이었는데, 이유를 생각해보니 공복과 카페인 부족으로 인해 대체적으로 정신이 혼미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공원의 경치를 누릴 수 있는 이탈리안 스타일 카페 트로피아.
영화배우 라미말렉과 일행. 광각 사진에 찍혀있던 라미말렉을 크롭해 보았다.


런던 대영박물관 옆 러셀 스퀘어에 위치한 Caffè Tropea.

사실은 파스타를 추천받아 찾은 곳. 이탈리안 스타일 카페인지라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를 많이 찾는 듯했지만, 한참을 걷느라 목이 마른 탓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야외석에서 공원 경치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인데, 내가 방문한 순간에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 라미말렉과 그의 일행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식사와 함께 다양한 베이커리를 판매하는데, 찬 바람이 부는 날 다시 들를 기회가 된다면 선선한 야외에서 따뜻한 커피와 디저트를 먹어보고 싶다.




다양한 조합으로 조식 세트를 시킬 수 있고, 가격은 원화 만 오천 원 이내


킹스크로스 역 뒤편 골목 Cafe Blue River.

그 규모나 수준에 상관없이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의 식당에서 그래도 합리적인 가격에 괜찮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 동네 골목의 카페답게 매우 협소했지만 쉴 틈 없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여행자와 지역 사람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모양이다. 다만 조식 세트와 함께 선택한 음료는 커피가 아니라 따뜻한 밀크티. 커피는 오후 내 마실 요량이라(결국 오후에도 커피 못 마심) 밀크티를 주문했다. 진한 짜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자극적인 아침 메뉴와 함께하기 오히려 부담 없는 맛이었다. 덕분에 커피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기분 좋은 궁금증도 생겼다.




세계에서 만나는 익숙함. 크로와상은 이미 잔해가 된 후.


브라이튼으로 향하기 위해 찾았던, 런던 빅토리아역의 스타벅스.

싫어하는 사람이야 발도 들이지 않는다지만, 스페셜티나 아주 훌륭한 핸드드립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실 가장 마음 편안한 곳이 스타벅스 아니겠는가. 이미 보장된 ‘아는 맛’은 기본이고,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의 가격 걱정도, 무엇을 어찌 주문해야 할지 무서운 문화적 차이도 스타벅스에선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으니. 스타벅스의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크로와상 덕에 낯선 공간 속에서 찾은 익숙함이란 안식. (사실 한국에 없는 다른 체인에 들어가려 했으나 '코스타'의 맛에 며칠 전 이미 크게 당황한 터였고, 다른 체인은 만석이었다.)


+ 사진으로 올리진 않았지만 노팅힐의 스타벅스에도 들렀는데, 그때 스타벅스에서 흐른 노래는 '아이유의 에잇'이었고, 잠시 나도 모르게 서울 어딘가의 스타벅스라는 착각에 빠졌다. 여러모로 익숙한 순간 장면. 그러나 생각해보면 한국의 스타벅스에선 케이팝이 나오지 않는데?




작은 공간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테이블. 하지만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맛있는 파니니. 브런치로 유명한 가게라고 한다.


브라이튼 기차역으로 향하는 대로변에 위치한 cafe coho.

헤이스팅스로 가는 오전 기차를 타기 위해 잠시 들러 아침을 먹은 곳. 런던보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과 커피를 만날 수 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어느 유튜브를 통해 이곳을 다시 볼 수 있었는데, 브라이튼 현지 사람들에게도 맛있는 브런치 가게로 유명한 곳이라고. 더불어 친절한 사장님과 직원 덕분에 이방인으로서의 어색함을 잠시 내려놓았다.


+ 이탈리아야 각오했지만 예상외로 영국에서도 아이스커피의 맛은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여행 중 마신 아이스커피 중 가장 한국과 비슷한 질감과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노스 레인 마켓에 위치한 비교적 큰 규모의 로스터리 카페.
카페인과 우유로도 이겨내지 못한 베이컨 샌드위치의 나트륨 파티.
진한 커피색과는 다르게 꽤 부드러운 커피와 진득한 당근케익.
컵이 귀여워서 하나 갖고 싶었다.


브라이튼 노스 레인에 위치한 1.Trading Post Coffee Roasters & 2.The Flour Pot Bakery.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커피도 마시지 못한 탓에 라테를 한 모금 머금자 '아!' 하고 탄식이 났다. 온몸으로 퍼지는 카페인의 기운. 지난 글 빨래를 해야겠어요 (brunch.co.kr)에서 이야기했던, 브라이튼 관광거리의 카페 두 곳이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North laine 마켓 사이에 위치한 Trading Post Coffee Roasters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곳 중 비교적 큰 규모의 로스터리 카페였다. 영국의 커피들은 생각보다 부드러운 편이었는데 여기의 라테도 그러했다. 반면 베이컨 샌드위치는 엄청나게 짜서 마지막엔 모두 먹기를 포기.


쉬엄쉬엄 근처를 돌며 후식을 위해 방문한 두 번째 카페 The Flour Pot Bakery. 호주식 디저트로 입소문을 탄 곳이다. 내가 방문한 시기에는 마주치지 못했지만, 한국인에게도 이미 유명한 스폿인 듯하다. 호주식이지만 영연방 국가답게 스콘이 대표 메뉴. 이미 품절되었기에 당근케익을 주문했다. 부드러운 커피와 진득한 케익 한입에 한국의 사람들을 향한 그리움과 나른함이 함께 몰려왔다.




십 대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친절하게 커피를 만들어주던 세븐시스터즈 입구의 카페.  
명심할 것. 저 벌판에 화장실도 카페와 함께 초입 한 곳뿐이다.


브라이튼에서  시간 가량 버스를 타면 도착하는 세븐시스터즈. 투명한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클리프 절경으로 유명한 이곳엔, 유일하게  초입에 카페  식당   있다. 바다와 절벽 위로 불어오는 칼바람에  몸을 녹이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여기에 줄을 서서 커피와 음식을 구매한다.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터라 따뜻한 모카  잔을 주문하여  바람이   부는 절벽 위를 한참이나 걸었다. 다만  가지 예상하지 못했던 난관이 있었으니, 카페도  곳뿐이지만 화장실도 그렇다는 . 세븐시스터즈 입구로 돌아오는 길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느껴졌다. 물을   마실 .




반지하 카페. 인기는 이름과 반대로 하늘 높은 곳.
날카로운 에든버러의 바람을 달래는 따뜻한 플랫화이트. 하지만 단 디저트엔 역시 아메리카노.


에든버러 뉴타운에 위치한 LOWDOWN COFFEE.

처음엔 어감이 별로인데? 했지만, 그냥 말 그대로 반지하여서 로다운인 듯한 로다운 커피. 작은 규모였지만 인기 장소인 탓에 잠시 웨이팅을 했다. 여름에도 초겨울처럼 런던보다 한참이나 춥던 에든버러. 셔츠 한 장만 입고 돌아다니느라 지치고 꽁꽁 얼어붙은 몸을 대표 메뉴인 플랫화이트로 달랬다. 함께 먹은 자허토르테에 대한 기억은 증발한 걸 보니 커피가 더 간절했던 모양이다.




마치 귓속말로 협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족을 매우 스윗하게 챙기던 아저씨.
고소한 버터향과 차의 향긋함이 코 끝을 맴돌았다.


커피는 아니지만 카페인이니까, 에든버러 Clarinda's Tea Room.

생각해보니 밀크티 한 잔을 제외하고는 영국에 와서 홍차를 마시지 못했기에, 급하게 구글 맵을 켜 유명해 보이는 Clarinda's Tea Room을 찾아갔다. 3층이나 쌓아주는 애프터눈 티 세트도 궁금하지만, 혼자 하는 여행에서는 조금 무리다 싶은 마음에 간단하게 나오는 '크림 티' 세트를 주문. 단품으로도 세트로도 주문할 수 있다. 세트의 겨우 홍차와 디저트의 종류, 컵 혹은 팟까지 다양한 옵션의 선택이 가능하다. 풍미 가득한 스콘과 설탕 없이도 달콤한 홍차의 향이 입 속을 유영하니 다시 영국임을 실감한다. 모든 테이블이 가족 연인 친구 등 동행과 함께인지라, 차를 나눌 사람이 있었다면 목 끝에 아직 남은 갈증 같은 외로움이 가시려나 생각했다.




이탈리아(베네치아, 피렌체, 로마)의 커피이야기는 아직 안 쓴 커필로그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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