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사과를 했더라면
4살 아들의 마음 일기 [사과하기]
사과하다: 스스로 인정하고 용서를 빌다.
아미 미술관에서마음 상한 일에 대해 사과받고 싶은 마음
학교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 아이들의 변화는 어른들이 먼저 손 내미는 노력에 달렸다는 것이다.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부모가 자녀에게 한 실수에 대해 사과하려는 노력, 자녀가 받은 상처는 부모가 늦게라도 사과를 하면 치유될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서 할 만큼 했다고 억울해할 일이지만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꼭 다뤄야 할 문제다. 사과받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달랐다. 한마디로 회복 탄력성의 차이다. 어려운 일이나 힘든 일, 역경과 고난을 맞닥뜨릴 때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다르다.
미안하다고 해
어서
아들과 장난칠 때가 많다. 남자 아이다 보니 몸으로 노는 것을 좋아한다. 몸으로 놀다가 실수로 아들과 부딪힐 때도 있고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힘으로 누를 때가 있다. 물론 장난으로 한 행동이지만 아들은 기분 나빠한다. 순간 아들은 기분이 상했는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빠가 잘못했으니까 사과해야지!" 격양된 목소리로 다그친다. "미안하다고 해!", "어서"라며 사과하라고 재촉한다. 갑자기 변하는 아들이 민망할 정도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했다.
얼렁뚱땅 넘어가거나 능글맞게 굴면 걷잡을 수 없이 사태만 커진다. 자존심이 상해서, 채면 때문에, 어른이니까, 뭐 큰일도 아닌데, 온갖 이유로 사과를 미루지만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미루다 보면 아이의 생떼만 심해진다. 부모 자식 간에 신뢰만 깨지는 일이다. 그냥 미안해 말하면 될 일이지만 어른이라 왠지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당장 민망하거나 쑥스러운 것이 낫지 버티면 아들의 기분만 상한다.
사과도 타이밍이다. 잘못했다면, 내 생각에 잘못하지 않아도 상대가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방법이다. 사과를 재촉하는 아들 반응이 재밌어 버텨보기도 했다. 그런 나의 행동이 아들 성격만 버리는 일인지 모르고 말이다. 그럴 때마다 아들은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였다. 끝까지 사과를 받아야 직성이 풀렸다. 무섭게도 사과받는 일에 집착했다. 그때 비로소 내가 두 번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과도 제대로 해야 사과다. 사과하면서 상대 탓을 돌리기도 한다. 남 탓하고 회피하는 순간 상대는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진심 어린 사과만이 정답이다. 구차하고 비겁한 변명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중언부언 길게 말해도 부작용이 따른다. 진심을 담은 짧은 말 한마디에 상대의 마음이 녹는 것이다. 진실된 마음을 담으면 아이도 눈치챈다. 아이는 언어적인 표현보다 비언어적인 표정이나 말투, 눈빛으로 상대를 간파하기에. 아이가 사과라고 느껴야 진정한 사과이다.
사과받아 본 아이가 용서할 줄도 안다. 사과받는 것에 집착하는 아이가 어떨 것 같은가. 상대가 아무리 사과를 해도 사과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아이, 앞뒤 상황 가리지 않고 사과받는 일에 집착하는 아이. 어쩌면 부모로부터, 누군가로부터 진정한 사과받는 경험이 없어서 일지 모른다. 용서할 줄 아는 아이는 누군가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지 않은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완벽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부모 자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부모도, 완벽한 자녀도 없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그때 비로소 있는 그대로 아이를 바라볼 수 있다.
어른이, 부모가 먼저 손 내미는 용기를 가지는 건 어떨까.
살면서 가장 어려운 말은 "미안해"가 아닐지. 단순하지만 결코 쉽게 뱉지 못하는 말 같다. 나 역시 잊고 있거나 애써 덮은 미안한 일은 없을까. 내가 모르는 사이 아직도 괴로워하고 있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생각할수록 아찔하다. 만약 사과할 일이 있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야겠다. 용기 내 먼저 손 내미는 사과도 받을 줄 아는 마음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