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복지 실천을 위해 기술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학생(클라이언트)과 진심을 다해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학생(클라이언트)과 가족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학생(클라이언트)의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과 제거할 위험 요인은 무엇인지, 학생에게 강점이 되는 기회 요인은 무엇인지, 학생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의 니즈를 파악합니다.
그다음 파악된 종합적인 니즈를 근거로 학생과 함께 성장을 위한 목표를 정하고 전략을 세웁니다. 교육복지사는 학생(클라이언트)과 합의한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듭니다. 학생(클라이언트)이 성장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교육복지사의 교육복지 실천의 본질입니다.
작년 말 오직 [OZIC]이라는 오디오 플랫폼에서 제안이 왔습니다. 취준생에게 현직자가 오디오로 직업, 직무에 대한 강의하는 플랫폼입니다. A4용지 30페이지 남짓 교육복지사 직무를 소개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교육복지사의 핵심 가치였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졸업을 앞둔 몇몇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회복지사, 교육복지사(학교사회복지사)가 되려면 어떤 경험이나 경력이 있어야 하는지, 어떤 자격증이 있어야 취업에 도움되는지, 사회복지사의 전망에 대해 궁금해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사회복지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교육복지사(학교사회복지사)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우연히 박웅현 저자 [여덟 단어] 책에서 인용된 글을 봤습니다.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에르메스 브랜드 광고에서 나온 슬로건입니다. 에르메스 회사는 변해도 장인정신과 최고 품질의 핵심 가치는 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표현이라고 하네요.
에르메스는 가방 하나를 만들더라도 브랜드는 곧 에르메스라는 생각으로 만들지 않았을까요? 에르메스는 대량 생산을 거부하고 장신 정신과 최고 품질을 고집했습니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는 이유입니다. 사람들이 에르메스 상품을 사면서 예술 작품을 구매한 것 같다고 한다는데, 에르메스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자신만의 타협하지 않는 원칙과 철학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 최고의 브랜드를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었습니다. 상품 본질에 대한 자기 철학이 1837년부터 6세대까지 이어온 저력이 아닐까요?
다음 이미지 교육복지사의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다시 말해 본질적인 일과 비본질적인 일을 구분할 줄 알아야 자신만의 가치와 철학을 세우고 지킬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비본질적인 일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교육복지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교육복지사의 핵심 가치, 본질은 학생(클라이언트)과의 관계입니다. 우선 학생(클라이언트)들을 만나야 합니다. 자주 얼굴을 비치고 안부를 묻는 것입니다. 교육복지실에 오는 학생(클라이언트)들을 환대하는 것입니다. 학생(클라이언트)과의 끈끈한 라포는 굳게 닫은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입니다. 자주 만나야 정이 들고 신뢰가 차곡차곡 쌓입니다. 신뢰가 있어야 학생(클라이언트)의 니즈를 파악하고 변화와 성장을 이끌 수 있습니다. 관계에 충실할 때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현상은 복잡하다.
법칙은 단순하다.
버릴게 무엇인지 알아내라.
-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
본질을 지키는 것은 힘듭니다. 교직원 집단 내에 교육복지를 실천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생각보다 교육복지의 중요성을 모르거든요. 어느 학교는 공문 중에 복지라는 이름만 들어가도 떠넘기듯 업무를 줍니다. 정작 해야 할 중요한 업무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죠.
뿐만 아니라 면담일지, 상담일지, 가정방문일지, 학생 종합기록카드 등 기록해야 하는 서류가 많습니다. 한 교육복지사가 적게는 55명에서 많으면 100명 남짓 되는 학생을 교육복지배려학생으로 관리합니다. 개별 파일로 누적 기록해야 합니다. 학생들 중에 사례 관리라도 하게 되면 한 학생마다 기록해야 할 서류가 네다섯 개 늘어납니다. 업무 효율을 떨어트리거나 불필요하게 중복되는 서류를 작성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평가 기간에 평가 서류 준비하느라 교육복지실 문을 잠근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어떤 일에 타협하지 않고 본질, 기본을 지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업무 중에 버릴 게 있다면 무엇일까? 중요한 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버려야 할까요? 본질이 아닌 것은 크게 의미를 둘 필요가 없습니다. 교육복지사의 전문성은 본질을 지켰을 때 빛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클라이언트)과의 관계가 먼저입니다. 기술과 전략은 다음으로 미뤄야 합니다. 하루 일과를 중요한 일로 채우세요. 무엇이 본질인지 고민하고 세가지만 끝내세요.
무엇보다 먼저 학생(클라이언트)을 만나세요. 학생(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 머물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니즈가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변화와 성장으로 이끌기 위해 끊임없이 동기 부여해야 합니다. 학생(클라이언트)의 작은 변화를 위해 실천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마법 같은 상담 기술과 전략은 없습니다. 관계가 기본이 되어야 상담도 하고 목표도 세울 수 있습니다. 만나는 대부분의 학생(클라이언트)은 비자발적으로 시작하거든요.
교육복지사의 일을 잘하려면 학생(클라이언트)과의 관계가 중심 되어야 합니다. 교육복지(사회복지) 실천의 본질은 교육복지사(사회복지사)가 아닌 학생(클라이언트)에 있습니다. 학생(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이해하고 공감해야 합니다. 학생(클라이언트)을 존중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니즈를 확인하고 니즈에 맞는 복지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결합니다. 학생(클라이언트)의 변화와 성장에 목적을 둡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학생(클라이언트)의 지난 부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생각과 감정, 행동 패턴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교육복지사(사회복지사)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고 일 잘하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