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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Apr 13. 2021

교육복지사의 언어

  말은 힘이 셉니다. MBC에서 한글날 특집으로 '말의 힘'에 대한 실험을 했습니다. 갓 지은 쌀밥을 병에 각각 담았습니다. 한 달 동안 한쪽 병에는 좋은 말을 하고 다른 한 병에는 듣기 싫은 말을 합니다. 한쪽 병에는 '고맙습니다'라고 적혀있었고 다른 병에는 '짜증 나'라고 적혀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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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 결과가 놀라웠습니다. 두 병 모두 곰팡이가 피었지만 곰팡이의 생김새와 냄새가 달랐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한 병에는 흰색 곰팡이에 구수한 누룩 냄새가 났고, '짜증 나'라고 말한 병에는 검은색 곰팡이에 썩은 냄새가 났다고 합니다. 실험 결과를 보고 말에 따라 물의 결정이 바뀐 실험이 떠올랐습니다.     


  평소 말하는 습관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교육복지사는 말에 더 신경 씁니다.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에 학생과 부모가 상처 받을 수 있거든요. 만약 학생이나 부모가 마음의 문을 닫게 되면 변화를 위한 계획이 물거품 될 수 있습니다. 전문성에 치명적입니다.


  교육복지사는 당사자(학생이나 부모)와 협력적 관계를 만듭니다. 동맹 관계죠. 자녀나 부모의 변화와 성장을 위해 어떠한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서로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매일 30분 가족과 산책하기', '가족 독서 시간 만들기' 같은 과제를 함께 세우죠. 협력적 관계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교육복지사의 전략적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학생이나 부모와의 첫 만남은 학생에게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입니다. 주로 발달 관련 문제, 심리 정서적 문제, 또래 관계 어려움, 학교 폭력 경험, 학대나 방임, 가정의 위기 상황 등의 이유로 불안을 느끼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입니다. 어떠한 이유로 학교 생활이 힘든 학생들입니다.


  부모와 통화를 합니다. 당사자(학생이나 부모)의 니즈를 파악하는데 집중합니다. 이때 친절하고 예의 바른 말투로 전화 상담을 진행합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어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부모의 주 관심은 무엇이고, 현재 주 양육자는 누구이고, 가정의 상황은 어떠한지, 만약 위기 상황이라면 긴급하게 개입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합니다.


  부모와의 첫 만남은 다음 단계를 위한 디딤돌입니다. 부모는 교육복지사와의 통화로 다음 단계로 갈지 판단하고 결정합니다. 부모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부모가 동의를 해야 학생이나 가정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변화와 성장을 위한 목표를 세우고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나 프로그램 참여에 동의를 해야 심리 치료든 프로그램 연결이든 할 수 있거든요.


  부모의 노력을 지지합니다. 부모의 어떠한 행동도 비난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실 교육복지사의 딜레마입니다. 교육복지사는 도덕적 판단보다 잘못된 행동에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기 때문입니다.

 

  섣부른 판단으로 부모를 비난하게 되면 경계하고 회피합니다. 되레 공격합니다. 결코 문제 해결에 도움되지 않습니다. 단지 부모의 모순된 행동을 찾아 직면시켜줄 뿐입니다. 부모의 양가감정을 공감해주고 좀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고 안내합니다. 그래야만 학생의 치료나 개입해야 할 시기를 놓치지 않습니다.


  학생인 당사자를 만납니다. 학생의 니즈를 탐색합니다. 부모의 생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 부모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학생의 문제 행동의 원인이 부모일 때가 많거든요. 문제에 대한 온도 차이가 납니다. 당사자를 만나 니즈를 파악해야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학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경청합니다. 교육복지사는 면담이나 상담 과정에서 주로 듣습니다. 교육복지사가 대화를 이끌면 학생이 말문을 닫을지 모릅니다. 말을 할 때는 공감하거나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질문할 때뿐입니다. 경청을 하며 학생의 생각이나 감정을 들여다봅니다.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패턴은 무엇인지, 요즘 어떤 감정인지, 관심사는 무엇인지 질문합니다. 감정 단어로 학생의 니즈를 찾습니다.


  아이가 말한 생각이나 감정 표현을 공감해줍니다. '그랬구나' 책 읽는 것처럼 딱딱하게 말하지 않기 위해 공감 능력을 끌어올립니다. 상대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서 말합니다. 진심을 담아 힘들다고 하면 힘들었겠구나, 화난다고 하면 화났겠구나 거울로 비추듯 반영해줍니다.


  공감만 잘해줘도 학생의 문제가 해결됩니다. 학생의 문제는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지 못해 생기더군요. 학생들은 불쑥 찾아온 생각이나 감정을 낯설어합니다. 어떻게 대처할지 어쩔 줄 몰라합니다. 부모에게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학생들이 괴로운 이유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존중받아 본 경험이 없는 아이는 그 누구도 존중하지 못합니다. 감정을 공감해주고 지지해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거든요.


  경청하고 공감하면서 탐색합니다.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관찰합니다. 학생의 눈빛, 말투, 태도를 보고 놓치고 있는 신호가 없는지 살핍니다. 학생의 말에 들어있는 진짜 속마음을 찾는 것입니다. 흩어진 생각과 감정을 찾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힘들어도 괜찮은 척, 아무 문제없는 척합니다. 웃고 있는 가면 뒤에 울고 있는 진짜 얼굴을 마주하려고 집중합니다.  


  보통 비합리적인 사고를 합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하는 전두엽 발달이 미성숙한 탓도 있겠지만 제때 비합리적인 사고를 다루지 않은 탓이 큽니다. 그렇지 못하면 반복된 패턴으로 강화됩니다.


  상담으로 만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에 대한 신뢰가 없습니다.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 자신이 가치가 있다는 자존감이 부족합니다. 상대의 말과 행동, 감정을 왜곡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순되고 왜곡된 생각을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때 교육복지사의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합니다. 학생의 비합리적인 생각의 조각들을 나열하고 통찰할 수 있도록 합니다. 더 나은 방향은 무엇인지 새로운 방안을 함께 찾아봅니다. 선택과 결정은 학생에게 맡깁니다.


  학생의 관심사를 서비스나 프로그램에 연결합니다. 작년 전학 온 학생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확산으로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어 친구와 사귈 기회가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친구와 사귀기 위해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질문했습니다. 평소 초콜릿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초콜릿을 만들어 반 친구들에게 나눠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담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바로 학생의 니즈를 프로그램에 연결했습니다. 학급에 강사를 연결해 초콜릿 만들기 프로그램을 했습니다. 친구와 사귈 수 있는 기회로 연결했습니다.


  무엇보다 라포, 신뢰가 먼저입니다. 학생과의 관계를 꾸준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복지 서비스와 프로그램이 있다 해도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변화를 위한 움직임도 학생마다 다릅니다. 때가 있습니다. 서비스나 프로그램이 좋아서 참여했기보다 교육복지사와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때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학생과 신뢰를 차곡차곡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육복지사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요? 학생과 가정을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은 교육복지사의 말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교육복지사의 전문성은 말 그릇의 크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요즘 말에 더 신경 쓰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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