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만큼 차분히 바닥에 널브러진
젖은 어제를 걸치기에
유난히 해가 좋다며 집을 나서면
청파동 그 골목 어귀
마주하던 그 찻집에 앉아
나를 기다리며 카페인 향 짙게 단장한
너를 몇 번이나 흘깃 지나치다
지나가며 멈칫
어제를 되새김질 하고 있는
블럭 위 널브러진 소박한 밥상을 맞은
비둘기의 당당함이라니
잘 차려 입은 사람들은 반복되는 음악에 맞춰
런웨이를 지나 듯 바삐 걷고
부리나케 올라 탄 버스 안
가끔 기억을 걷는 이들은
파티의 잔상에 맞춰 여전히 춤을 춘다
춤 사랑 사람 삶
서로의 발을 밟지 않는 공간이 필요한 것들
적당한 이별이 있어야 아름답다는 진실을
내릴 때가 되어서야 알게 되는
외로운 출근길에는
시골보다 더 여윈 도시의 알몸을 여미기가
무척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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