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를 늘린 이파리가 안색을 바꾸고
나비 되어 날아오르다 젖어 떨어진다
무언가에 쫓기듯 달아나다 지쳐 주저앉은
인기척에 꿈틀거리는 정도
길모퉁이 웅크리고 있다가
건조한 꿈의 입김에 갇혀 말라가는구나
하는 순간 빗물에 밟힌다
날개를 빼내다 찢어질까 숨죽였지만
발을 떼자마자 허물어져 지저분한
흔적이 된다
부서지는 순간 눈을 떴다
체온이 식은 젖은 나비의 몸은 쉽게 부서졌다
떠난 이의 슬픔도 그러하다
남겨진 것이 아니라 젖어 버려졌다
이 골목 바람에서 그대 축축한 향기를 그리고 있다
또다시 그런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어서가세요 열정을 잃은 계절이여
먼저 울어 건조한 슬픔이여
추억도 망각된 치매스런 계절이여
아주 그리고 안녕히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