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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인경 Apr 19. 2024

가을을 배웅하는 골목길에서

무게를 늘린 이파리가 안색을 바꾸고

나비 되어 날아오르다 젖어 떨어진다
무언가에 쫓기듯 달아나다 지쳐 주저앉은
인기척에 꿈틀거리는 정도
길모퉁이 웅크리고 있다가
건조한 꿈의 입김에 갇혀 말라가는구나

하는 순간 빗물에 밟힌다
날개를 빼내다 찢어질까 숨죽였지만
발을 떼자마자 허물어져 지저분한
흔적이 된다

부서지는 순간 눈을 떴다
체온이 식은 젖은 나비의 몸은 쉽게 부서졌다
떠난 이의 슬픔도 그러하다
남겨진 것이 아니라 젖어 버려졌다
이 골목 바람에서 그대 축축한 향기를 그리고 있다
또다시 그런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어서가세요 열정을 잃은 계절이여
먼저 울어 건조한 슬픔이여
추억도 망각된 치매스런 계절이여
아주 그리고 안녕히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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