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난다 / 채사장
#채사장
늘 그의 책을 서점에서 들었다 내려놨었다. 꽤 잘 쓴 책이라는 건 알았지만 인문학이 싸구려 유행처럼 변해버린 세태에 불만이 컸다. 그 사이에 여러 권의 책이 나왔고 우연히 방송에서 그의 강연을 듣기도 했다. 얼마 전 서점에서 채사장의 책을 한 권사서 읽었다. 그가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사람
책을 읽는 일은 사람을 만나는 일과 같다. 한 권의 책은 지식과 그 너머의 저자라는 한 사람을 담았으며, 한 사람은 쓰여지지 않은 책 한 권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책으로 만나지 않은 사람의 영혼까지 느끼며 나의 속내를 헤아려 내 이야기에 깃들어 온 저자를 알게 된다. 철학이든 문학이든 텍스트의 결과 질이 다르고 지식의 방향이 달라도 내 속을 채우거나 내가 밀어내거나 머리로 읽거나 마음으로 담거나 비난할지라도 말이다.
책은 불안을 잠재운다.
...
이유는 분명하다.
당신의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던 체험의 엉킨 실타래가 풀리며 언어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철학
깡통철학자가 아닐까? 되지도 않는 설을 푼다는 속된 표현이 아니다. 우리가 차마 다 담지 못하고 사는 이야기들을 깡통에 담아 보게 해주는 사고의 지식을 파는 사장 같다. 정리되지 못하고 마음이 혼란하고 답답할 때, 그의 책은 "당신은 OO입니다"라는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로 배어낸 볏 집으로 새끼를 꼬아 만든 잘 만든 바구니 하나를 우리 앞에 내어놓는 솜씨 좋은 일꾼 같기도 하다.
진리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다. 진리의 반대말은 복잡성이다. 거짓만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거짓 안에 진리가 섞여 있을 경우, 혹은 진리 안에 거짓이 섞여있을 경우 우리는 그것을 쉽게 제거하지 못한다. 그래서 의심해야 한다. ... 당신이 심리적 위안보다 진실의 이면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의심해야 한다.
#질문
사회와 체제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시선을 향해도 사람과 관계를 마음으로 품고 살려는 내 마음과 같은 결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느끼고 경험한 이 세계 속의 이야기를 그의 결다운 차분하고 단단한 논리로 풀어 썼다. 자신에게 덮여있는 거짓된 정보와 편견을 벗어버리고 근본의 질문을 던질 용기가 생긴다.
나는 무엇인가?
#인문학
사회체제와 경제적 압박 속의 인생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날마다 확인하는 삶이다. 스스로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지 않으면 우리는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 속에 벽지처럼 퇴색하며 벽에 밀착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채사장은 인문학이라는 단어로 이름한 개인의 철학과 사유를 우리에게 욕망하게 촉발한다. 인문학은 지식의 섭취가 아니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려는 의지의 하나의 방법이며, 진리를 폭력으로 만든 세계를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다.
무엇인가를 이해하려면 그것 밖으로 걸어나가서, 그것을 벗어난 뒤, 다른 것을 둘러봐야만 한다. 그것은 비단 입시 뿐만이 아니다. 전공이 되었든, 업무가 되었든, 모든 지식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것이 아닌 것들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공
그는 다양한 이야기로 이 책을 엮어놓았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마음을 아리게도 했다가 냉혹한 현실을 한 마디로 정리하며 정신을 차리게 했다. 차례를 꼼꼼히 보고 책을 고르는 내 취향을 저격했다. 이전의 책들을 읽지 않아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 책의 필력으로만 봐도 밀리언셀러의 저자의 내공은 충분하다. 좋은 저자는 독자의 의식의 흐름을 느끼고 거스르지 않으며 자신의 말을 정확하게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