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 알베르 까뮈
#코로나특수
설민석 설명 첨가된 책읽기 내 취향 아니다. 전염병이 제목 소설이라 찾아 읽은 건 더 아니고. 오래전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팟캐스트 귀로 듣게 된 것이 까뮈에 대한 호기심의 시작.
#등장인물
너무 많아 던져버리고 싶다는 고전과는 다르다. 기억해야 할 인물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 있다. 도시나 거리 이름도 하나 뿐. "습관에 젖어 생기없고 초목 없고 더군다나 영혼마저 없는" 도시 오랑.. 봄에 시작하여 추운 겨울을 지나며 끝나는 이야기. 단순한 구조 단순한 설정.
#도시봉쇄
코로나 사태 이전에『페스트』를 읽은 사람은 이 전염병의 사태를 다르게 느꼈을까? 194X년의 페스트는 전보(1970년 이 후 출생자는 아마도 모를) 만이 다른 도시와 연락 가능한 수단. 지금의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상황. 지금 누군가 <코로나>라는 소설을 쓰고 있지 않을까.
#인간
1946년에 5년 동안 써 온 소설 『페스트』를 어렵게 탈고 했을 까뮈. 세계는 전쟁 이 후 이념의 갈등에 과거가 현재의 발목을 잡고 있었을즈음. 그 시기에 페스트라는 전염병을 배경으로 인간에 대한 고뇌를 담은 소설을 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기록
이 소설은 한 사람의 기록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려 애를 쓴다. 끝나는 즈음에야 주인공의 기록임을 밝히지만 이미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다른 등장인물의 기록을 인용하기도 한다. "인간에게는 경멸보다 감동할 점이 더 많다는 사실만이라도 말하기 위해서"라며. 객관적 서술을 강조하는 의도를 찾아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중요한 의미.
#죽음
절정은 임종에 이루어진다. 한 인간의 투쟁이 끝나는 장면에서 『페스트』는 재앙의 마지막을 보여준다.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이 유일한 관심이라고 고백했던 한 사람의 마지막 장면. "하늘이 내린 증오로 가득 찬 바람에 꺽인 인간"을 보며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었다. 역설적으로 "그 순간 생명의 온기가 떠나고 죽음이 모습을 드러낼 때, 거기에 바로 배움이 있었다."
#소설
시간 만이 자신의 것이다. 읽는 동안 일어나는 생각을 찾기 위해서다. 다른 시대와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가상의 이야기를 내 속으로 초청하는 일. 페스트와 코로나는 다르다. 그런데 하나의 상황으로 읽는 이유는 인간에 대한 탐구이기 때문. 이미 많이 살아버려 바꿔지기 힘든 고집스런 존재인 내 속에, 책을 통해 다른 생각을 채우고 또 썩은 부분을 버려가는 과정. 독서의 길.
#덧1
어린 까뮈의 영특함을 픽 한 사람. 루이 제르멩 선생이 방과후 수업을 무료로 해주고 중등학교 장학생으로 등록. 돈벌기를 시키려던 보호자들을 설득해 줌. 1957년 노벨상 수상 연설을 그에게 헌정했다고.
#덧2
스무살 알제 대학에서 스승 장 그르니에를 만남. '피끓는 젊음의 온힘을 다해 가난과 고통의 현실을 거부하던' 그 때. 냉소적인 청춘의 지성에게 섬세한 스승이 필요했던 그 때. 장 그르니에의 『섬Les ILes 』의 서문을 쓴 까뮈. 책의 내용보다 서문 때문에 유명해진 책.
"오늘 처음으로 이『섬Les ILes 』을 열어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 작가 때문에 『페스트』를 읽게 됨. 그리고 이제 『이방인』을 읽을 이유가 생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