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메인 퀘스트'는 무엇일까

by 김단한

나의 '메인 퀘스트'는 무엇일까. 가끔 생각하곤 했다. '목적', 게임에는 모두 '목적'이 있다.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엉뚱한 곳으로 가려 치면 안내하는 메시지가 나오거나 아이템을 오래 찾지 못하면 그 부분만 반짝여 잠시 동안의 힌트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삶에선 그런 가이드를 만나보기 어렵다. 삶에선 내가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일의 힌트를 얻거나, 잘못된 곳으로 가면 이 길이 아니라는 가이드가 면전에 뜨는 일은 절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나의 목적, 그러니까 내가 무엇을 위하고 생각하는지, 삶이란 게임 안에서 이루고자 하는 메인 퀘스트는 또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고 알 방법을 찾지도 못했었다.


누군가 나에게 20대로 돌아갈 기회를 준다고 해보자. 돌아갈 것인가. 그때부터 새롭게 인생을 시작할 수 있으니 돌아간다, 나의 '메인 퀘스트'를 구축하러 다시 한번 시도해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었다. 나에게 20대는 정말 통째로 끌어내도 무방한 것,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해봤기에 더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떤 것이었다. 다만, 돌아가지는 않고 지금 이대로 두고 싶다. 그때의 내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도 분명히 없었을 것……(이란 말로 나를 달래야 한다)이기 때문에. 그즈음 나에게 닥쳤던 자잘한 일상 퀘스트와 미션을 잘 수행한 끝에 나는 30대가 될 수 있었을 테니까. 30대의 내가 찾아간 아주 유명한 철학원에서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제야 갈길 가는구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20대 끝자락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30대를 온전히 받아들였네." 나는 철학원 선생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나는 주변 친구들이나 이제 막 서른을 목전에 둔 이들에게 이야기하곤 한다. 서른 이후로 나의 세계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좀 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고, 내가 어떤 것을 원하고 원하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나는 서른이 되고서야 나란 '캐릭터'(비록 '기본'일지라도)를 알게 되었고, 나와 친해질 수 있었다.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삶을 살아내다 보니, 그렇게 내 안에 쌓인 것들이 합해져 하나의 여의주 같은 구슬처럼 땡글땡글 뭉쳤달까. 워낙 별의 별것을 다 헤쳐온 탓에 얻게 된 대범함 같은 것도 있는 듯싶다. 이게 '메인 퀘스트'인 줄 알고 모든 것에 열정을 쏟아부었던 20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나는 아직도 나의 '메인 퀘스트'가 무엇으로 설정되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그때처럼, 자잘한 퀘스트를 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나씩 '짜잔, 이게 메인이었어!' 하며 평소보다 더 나은 보상을 받는 경우가 잦아졌다. 보상은 달달하다. 힘들거라 생각했던 일에 뛰어들어 결국 일을 해내고 난 뒤 이루는 낮잠, 맛있는 음식, 사고 싶었던 책을 사는 것까지. 보상은 하기 나름이다.


게임에서는 '메인 퀘스트'를 미룰 수 없다. 자잘한 것만 처리하더라도 그러한 것이 결국 하나로 모여 '메인 퀘스트'로 자꾸만 캐릭터를 이끈다. 삶에 있어서도 나는 이 모든 것이 비슷한 맥락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나를 잘 돌보는 사소한 퀘스트를 오래 놓치지 않고 지속하려 한다. 그렇다면, 결국 '메인 퀘스트'의 정체도 알게 되고, 그것을 타파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게임에 있어서 'Save', 저장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이 길어질 것 같아 다음 글로 넘기겠다. 아무튼, 내가 느낀 모든 것들을 온전히 꺼내볼 수 있고, 저장해둔 무언가 들이 '메인 퀘스트'를 손쉽게 깨줄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살아가면서 쓸데없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우리는 매번 '메인 퀘스트'앞에 도달해 그것을 타파하고 얻는 보상이 어떤 것인지 몸소 체험할 필요가 있었다. '메인 퀘스트'를 잘 이끌어내야 레벨업은 물론이고 게임의 엔딩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고로, 끝까지, 버티고, 가보는 것이 필요하다.


keyword
이전 08화나에게 필요한 아이템만을 쏠쏠하게 챙기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