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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훈 Sep 27. 2018

사내 정치는 무조건 나쁜 것일까?

실용보다 명분이라면 명분으로 실용을 만들어야 한다.

미생(未生), 완생(完生) 바둑에 나오는 용어이자 한 작가의 터닝포인트가 된 걸작이자 드라마로도 제작된 히트작이다. 그 안에 보면 정말 ‘사람이 왜 저 모양이냐?’ 싶을 정도로 이기적이고 영악한 등장인물들이 즐비하다. 드라마라는 허구는 현실의 인터뷰에서 나왔다고 하는 작가의 말처럼 모두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사람들이다.

리더라는 자리에 서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리가 속칭 이야기하는 ‘사내 정치’에 입문한 한 사람의 정치인이 된다. 실용적인 노선을 걷든 명분에 명분을 더하든 그건 리더 자신이 선택할 일이지만 정치판에 들어온 사실은 변화하지 않는다. 나만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나와 함께 가야 하는 팀원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처음에는 힘의 균형을 맞추는 일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 일은 성과를 내기 위한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에 대한 나의 생각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몇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냥 일을 추진할 뿐인데 여러 차례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많을 일을 떠맡게 된 결과였고 팀원들은 지쳐가고 있었다.

명분보다도 실용을 추구하던 나의 팀 운영 방향은 명분을 이기지 못하고 팀원들을 모두 소같이 일하게 하고 있었다. 조직 내에서 실용을 추구할 거라면 명분을 실용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가하는 게 무슨 상관이야! 조직을 위한 건데.

그리고 또 하나 단순한 사실인데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대표이사는 전체 합(合)이 맞으면 누가 무엇을 하든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16년부터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나오는 이야기인데 기업의 성과평가에 있어서 상대평가를 실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구성원을 평가하고자 한다면 절대평가를 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물론 그 기준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상대평가는 평가를 하는 사람들은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준 없는 비교의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표이사 입장에서는 누가하든 실적이 올라가면 그만 아닌가?


정치의 전투력 어디에서 나오는가?

스트라이크(strike)라는 말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일을 멈춰 세운다는 뜻도 있다. 일시에 모든 협업을 잠시 멈춰 세우고 하나 하나 일을 재점검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이 아니라 절대적을 우리 팀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방관할 수 없었다. 그 역시 나에게는 직무유기 중 하나였다. 협업에 대한 기여도를 팀 내에서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조직 전체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은 하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은 순차적으로 정리를 시작했다. 여러 아우성을 들어야 했지만 칼자루는 우리 팀에 있었다. 결국 명분으로 승리하고자 해도 실제 일을 했던 알맹이는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일을 하지 않는 정치는 곧 무너질 사상누각(沙上樓閣)일 뿐이다.


공명심(功名心)을 발휘하는 방법

리더가 되었다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를 그리고 꼭 필요한지도 모를 이 공명심이라는 단어를 안고 살게 된다. 한 단계 더 올라가기 위해 ‘접니다. 제가 했어요.’라고 쓸 수도 있고 ‘우리 팀이 팀원들이 했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는 그 팀을 이끌어 온 제가 있습니다.’로 쓸 수도 있다.

그 평가는 40이 되도 50이 되도 조직에서 숨쉬고 있는 자신의 위치가 증명해 줄 것이다. 정치를 나쁘게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지 사람이 모여 조직을 이루게 되면 정치는 필요하기 나름이고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한 정반합(正反合)의 과정이 될 수 있다. 정치는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일부인 팀을 운영하는 힘의 균형점을 만들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성향이나 생각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추상적인 윤리와 실리를 앞세우는 일개미가 될 필요는 없다. 치우치면 안되겠지만 권력이 아닌 흐름과 힘을 이용하는 방법을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 다만 지금까지 사내 정치가 나쁜 것으로 느껴진 것은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처럼 결과물이 없는 명분 싸움에 그쳤기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분을 실리로 만드는 것이라면 그 싸움은 조직에 필요한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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