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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훈 Sep 20. 2018

왜 착한 리더가 되어야 할까?

이유는 없지만 착한 리더가 되고 싶다.

처음에 팀을 맡으면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 나를 스쳐 지나간 내가 모셨다고 생각되는 상사들을 얼굴이 지나간다. 그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 내 자신을 보며 반면교사(反面敎師)를 시작한다. ‘누구처럼 그렇게 되지는 말아야지!’라는 근거 없는 결심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기 내부의 갈등과 타인에 대한 원망이 시작된다. ‘왜 그렇게 될까?’ 를 생각해 보면, 그건 정말 이유 없이 착한 리더가 되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러고 싶다. 그 이유는 자신도 잘 모른다. 그래야 우리 팀이 더 잘 돌아갈 것 같고 팀원들의 존경과 자율적인 소통문화에서 나오는 높은 성과, ‘역시 O팀장이야!’라는 상사의 인정과 칭찬이 생겨날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왜?’ 존중과 배려는 상호 간에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 착한 리더가 되겠다고 발버둥치는 건 원맨쇼에 불과하다 조직 내부가 그런 분위기이거나 최소한 나와 일을 함께 하는 팀원들이라도 선한 의지를 가지고 최고의 성과를 지향해야 하는데 요즘 조직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을 뜯어 고치기는 더 어렵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으로 열 명 넘는 팀원들을 맡았을 때를 생각해 보면 정말 사람은 각양각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마다 생각도 목표도 달랐고 업무는 잘 진행되지 않았다. 성과를 만들기 위해 잠도 안자고 새벽부터 출근해서 밤 늦게까지 팀원들을 달달 볶으며 결과가 날 때까지 죽도록 달렸다. 그 결과 팀원들과의 벽은 높아지고 나는 스트레스성 장염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하늘을 날다 못해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리고 싶은 현실성 없는 상사는 미사일을 쏴 나를 쓰러뜨리려는 사람처럼 말도 안 되는 일들까지 던져 댔고 나는 다 받아서 다 잘하면 슈퍼맨으로 인정을 받고 승진할 줄 알고 곧 이탈할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렸다. 그게 모두에게 성과를 가져다 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고 상사와 팀원들 모두를 불만족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연말이 될 무렵 다음 해 사업 계획을 계속 수정하면서 나는 나의 무지한 행동을 자책하게 되었고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갔다. 하지만 상사와 팀원들 누구도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계속 더 달려야 하는 과제들만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되돌아 보려고 했을 때 나는 이미 헐크로 변해 있었다. 내 안의 지킬 박사는 이미 헐크로 변신해 있었고 인사 평가 시즌이 도래하자 마자 나와 내 팀원들은 제일 먼저 도마 위에 올랐다. 땀은 팀원들이 흘렸지만 소신과 성과를 중시하던 나는 빈 손으로 한 해를 마감해야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누구도 착한 리더, 좋은 리더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상사와 팀원들 모두 자신을 돋보이게 해 줄 팀장을 원하지 자신이 돋보이고 싶은 팀장을 원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 직속 상사와 내 팀이 돋보이지 않는 한 내가 빛날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뭐가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내 리더십은 심판대에 올랐고 나는 결국 원칙도 기준도 없는 독불장군이 되어 있었다. 첫 해부터 PEST를 지킬 수 있었다면 그렇게 혹평을 받지는 않았겠지만 그 해는 시행착오로 가득 찬 일 년이었다.


다시 시작해야 했다. Just Do It!

실무자에서 벗어나 팀장이 되면 조직은 자가발전을 원한다. 그 때부터는 리더라는 이름 하에 스스로 자신의 환경을 분석하고 팀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조직의 원하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그 목표는 팀원들과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원칙적으로 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팀원들이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적인 면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농사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달려나가야 한다. 작년에 한 실수를 반복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팀장이 된 두 번째 해가 되면 그 때부터는 ‘신임’이라는 딱지를 떼고 기존 팀장들과의 다를 것 없는 무한 경쟁이 시작된다. 지금은 함께 웃고 있지만 내일도 함께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더 PEST를 정리하며, 상하 간의 필연적 역할갈등을 자연스럽게 수용해야 했다.


모두를 살리는 리더가 착한 리더다.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일에 대한 성과, 팀원들과 나의 신뢰와 결속력을 강화하는데 있어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세밀한 관리보다는 상사의 생각과 의지를 읽고 팀원들과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다양한 역할과 기대를 하는 팀원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밀한 것에서 벗어나 큰 틀에서 생각하고 추상적인 것을 사실적으로 만들고 실행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실행 중심의 이러한 사고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부족한 면은 누구에게나 있다. 나에게 동일한 보고서, 기획안을 내라고 해도 크게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다만 틈이 있다면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메워줘야 하는 것은 나의 역량일 것이다. 그래야 서로 웃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열매를 맺는 일을 만들 수 있다.

막연한 착한 리더는 나도 죽이고 남도 죽일 수 있다. 냉철하게 빅픽처를 보려는 노력,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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